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우리 회사에 5년 만에 만든 신차입니다. 얼마나 진심을 갖고 만들었는지 잘 평가해주세요.”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의 말에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참으로 오래 기다려온 신차였다. 달리 말하면 5년 동안 제대로 된 신차 없이 버텼다는 말이다. 신차로 먹고 사는 완성차 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일 시승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SM6는 르노 탈리스만의 한국판 모델이다. 지난해 6월 본지가 그 존재를 가장 먼저 밝혀낸 주인공이다. 르노의 디자인 수장인 로렌스 반덴애커가 다듬은 패밀리룩은 그 어느 차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앞모습은 세련됐고 뒷모습은 다부져 보인다.
대시보드는 르노의 최신 버전임을 알린다. S-링크가 탑재된 센터페시아는 테슬라 모델S의 그것처럼 길쭉하고 시원한 모양새다. 운전자의 눈높이보다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계기반 역시 르노 혈통임을 나타낸다. 스티어링 휠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오디오 리모컨도 마찬가지다.
먼저 만난 모델은 2.0 GDe 모델이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가솔린 엔진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만든 최신 엔진 중 SM6에 가장 먼저 탑재됐다. 여기에 기존에 르노삼성이 많이 쓰던 무단변속기를 버리고 게트락의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맞물렸다.
공회전 때는 매우 조용하고,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을 때는 부드럽게 나간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rpm(엔진 분당 회전수)만 급상승하고 속도가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는 멀티센스에 있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바꾸면 좀 나아지는데, 이때도 저회전에서는 바로 치고 나가지 못한다. 최고출력이 5800rpm, 최대토크가 4400rpm에서 나오는 고회전 세팅이기 때문에 낮은 rpm에서 즉각적인 파워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르노삼성이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는 커스텀 엔진 사운드는 조미료를 잔뜩 친 음식처럼 인위적인 느낌 때문에 시승하는 내내 귀에 거슬렸다.
이어서 만난 1.6 TCe는 달랐다. 2500rpm부터 터져 나오는 최대토크가 차체를 가뿐히 이끌었고, 인위적인 사운드도 조금 덜했다. 터보차저 특유의 묵직한 배기음이 더해진 덕분이다.
이날 시승의 백미는 시승코스였다. 용인 에버랜드 근처의 국도는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곳이다. 과거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자동차경기가 있는 날이면 기자도 이 길을 따라 운전하곤 했다. 좌우로 굽이치는 코너와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링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고 운전이 서툰 이에게는 다소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이 코스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은 최근 논란거리였던 SM6의 서스펜션 성능이었다. SM6의 원조인 탈리스만이 쓰는 토션빔 서스펜션은 양쪽 바퀴가 하나의 빔으로 연결된 탓에 승차감과 핸들링에서 취약점을 보이지만, 단가가 싸서 주로 준중형차 이하 모델에서 많이 쓰인다. 탈리스만이 준중형급에나 쓰는 토션빔을 쓴 이유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모듈형 통합 플랫폼인 CMF-D 플랫폼을 쓰기 때문이다.
SM6는 여기에 ‘AM링크’라는 르노삼성의 독자적인 설계를 가미했다. AM은 ‘어댑티브 모션’의 약자로, 필터드 스핀들과 유압식 부시 등을 추가해 토션빔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여기에 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이 만들어내는 탄력 넘치는 조향감이 어우러져 끈적한 핸들링을 만들어낸다. 다만 기본 바탕이 토션빔인 까닭에 급격한 코너링이나 요철을 만날 때는 여지없이 충격이 전해졌고 좌우가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두 가지 모델 중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1.6 TCe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더 높고, 무엇보다 SM5 TCe에서 보였던 물렁거리는 서스펜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8인치 기준으로 2.0 GDe의 복합연비는 12.0㎞/ℓ, 1.6 TCe는 12.3㎞/ℓ인데, 이날 시승회에서는 2.0이 6.7㎞/ℓ, 1.6이 7.8㎞/ℓ를 기록했다.
SM6는 르노삼성에게 단비 같은 신차다. 이는 르노에게도 마찬가지다. 르노는 라구나 이후 오랜만에 이 세그먼트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르노의 기대가 크다는 건 르노삼성에게 수출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과거 SM5는 ‘르노 래티튜드’라는 이름으로 수출을 해왔으나, 르노가 자체적으로 이 시장을 커버하면 르노삼성의 입지가 좁아진다.
따라서 당분간 르노삼성은 내수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SM6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판매가 줄어들 SM5, SM7의 모델 체인지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