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필 미켈슨(미국)은 현재 남자골프 세계랭킹 32위로 처졌다. 랭킹 27위인 안병훈(CJ)보다 아래다.
그런데도 미국 및 미국PGA투어에서는 최고의 인기 선수다.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를 능가한다. 공격적인 게임 매니지먼트, 상상력 풍부한 샷, 쉬운 길보다는 고난도 샷을 구사하는 스타일 등 때문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토리 파인스GC 북코스에서 열린 미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2라운드 때에도 미켈슨은 여지없이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샷을 날렸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그는 아홉째 홀인 18번홀(파5)에 다다랐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OB를 표시하는 철제 담장 바로 아래에 멈췄다.
볼은 코스내에 있었으나 담장(OB를 표시하는 물건이므로 제거하거나 구제받지 못함) 때문에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법했다.
그러나 미켈슨은 담장을 에둘러 걸어 담장 너머 반대편으로 갔다. 담장 바깥쪽은 바로 주차장과 연결된 아스팔트 도로다.
그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꺼내들었다. 그 다음 클럽헤드를 90도로 돌렸다. 페이스로 치는 것이 아니라, 퍼트를 할 때 가끔 볼 수 있는 ‘토(헤드 앞끝)로 치기’를 할 심산이었다.
그는 셋업을 한 후 하이브리드의 토를 철제담장 사이로 통과하게 해 볼을 쳤다. 볼은 그린옆 벙커에 빠졌으나 그 상황에서는 흠잡을데 없는 샷이었다.
샷을 마친 후 담장을 돌아온 미켈슨은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고 3퍼트까지 겹쳐 더블보기를 했다. 그는 2라운드합계 1오버파 145타(69·76)로, 커트라인에 2타 뒤져 커트탈락했다.
그렇지만 미켈슨은 다시한번 갤러리와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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