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설 연휴는 없다. 올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점검하겠다.”
5일여의 긴 설연휴 동안 재계 총수들은 대부분 자택에서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기일전의 각오로 2016년을 맞이했으나, 첫달인 1월 영업실적과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초에 제시한 사업계획을 재점검하기 위한 의도다.
저유가와 신흥국 침체, 휘청조짐을 보이는 중국경제 상황으로 국내 주요기업은 새해 시작과 동시에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등 총수들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설 연휴기간 주로 자택에 머물며 올해 경영 구상을 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양력 설을 쇠기 때문에 집안 모임 대신 그룹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찾는데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 집계 결과 전년 동월대비 각각 13.5% 줄었다. 내수·해외 판매 모두 부진했다.
1월 실적이 올해를 전망해주는 지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 이에 정 회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연휴 기간 동안 사장단 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연휴 후에는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 이은 추가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장기 입원 중으로, 이번 설 명절도 병원에서 맞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명절기간 아버지를 병문안하는 일정만 잡고, 나머지 시간은 한남동 자택에서 추가 사업재편 등의 경영계획을 다듬을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설 연휴에 국내에서 그룹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SK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않은 만큼, 향후 타개책과 더불어 올해 투자 계획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란 등 신흥시장 진출,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양력 설을 쇠기 때문에 이번 설에는 별도 일정없이 한남동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LG그룹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서 장기 저성장 시대를 대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직접 나서기보다 주로 경영진이 스스로 뛰도록 명분을 제시하는 구 회장은 연휴 기간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도 설 연휴에 모처럼 경제단체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 일정을 소화하며 그룹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올해 투자와 고용계획을 확정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명절기간 가회동 자택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도 자택에서 휴식과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설 연휴 기간 중동지역 해외현장 및 법인을 방문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CEO와 주요 경영진은 매년 설, 추석 등 명절 연휴에 해외 현장을 돌며 현지 직원을 격려하고 공사 진척사항 등을 살피고 있다. 권오갑 사장은 비상경영 상황이므로 울산 본사에서 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새해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보다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더 불안요소다. 재계 총수들은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설 연휴 이후 고민의 결과물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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