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일본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중앙은행이 야심차게 뽑아든 마이너스 금리 카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약달러에 따른 엔고 현상이 다시 나타났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 미국 경제지표 '흐림'…달러 약세에 엔화는 강세
지난 29일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발표 뒤 약세를 보이던 일본 엔화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치요시자산운용의 미쓰시게 아키노 최고경영자(CEO)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지난 1월 29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말했다고 블룸버그는 4일 전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띠자 엔화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로 전달의 55.8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미국 달러화는 약세로 전화하게 됐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고용 지표도 기대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보고서를 인용 “미국의 서비스 산업 성장세가 최근 2년래 최저치로 둔화됐다”며 “이는 제조업 약세가 미국 경제의 나머지 부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시기도 연말이나 다음해로 넘어갈 수 있다. 최근 연준 위원들도 잇따라 금리인상 연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최근 경제 동향이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예의 주시(watchful waiting)해야 할 필요성을 키웠다"고 말했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금융 여건이 3월 FOMC 때까지 변치 않는다면 통화정책 결정에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일 강연에서 "금리 면에서 추가 완화 여지도 충분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0.3%, 스위스 -0.75%, 스웨덴 -1.1% 등의 예에서 보이듯 필요할 경우 금리를 마이너스(-) 0.1%에서 더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1차 마이너스금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추가 인하에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225 지수는 3일 3.15% 급락한데 이어 4일에도 약세를 지속했다. 이날 도쿄 주가 지수는 장중 한때 16,941.88까지 밀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도 117엔 대에서 움직이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금융시장 여건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한 일본 은행의 조치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경기침체 논란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지연, 국제유가 급락, 중국 성장 둔화 우려와 같은 해외 리스크 속에서 마이너스 금리만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중국경제의 감속이나 저유가에 제동을 거는 것은 어렵고, 추가 완화를 단행해도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전에 일본은행 내부에서 제기됐었는데 ,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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