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젊은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74)를 위해서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샌더스 의원의 최대 강점은 밀레니얼 세대(1979~2000년 출생자)의 지지라는 분석이 많다. 20대가 74세 노인 샌더스에게 열광한다는 뜻이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테일러 기플(22)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투표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그는 샌더스 의원의 연설 영상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뒤 완전히 마음을 뺏겼다. 성소수자의 권리 옹호, 이라크전 반대, 부패한 월가 개혁 등 기존 정치인들이 언급을 꺼렸던 사안들을 과감없이 꺼내는 샌더스의 모습에 감동했다는 것.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커스 당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7~29세 이하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무려 84%가 샌더스에게 투표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에디슨 리서치’에 의뢰해 얻은 결과도 비슷하다.
샌더스가 20대에게 강력하게 어필한 점은 무엇보다 ‘청렴’이라고 뉴요커지는 분석했다. 오래전에 미국 정치판에서 사라진 이 미덕을 유일하게 갖훈 후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코커스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에는 배려·정직·신뢰를 중시한 사람이 많았다.
특히 그의 언행일치한 삶이 젊은 유권자의 호감을 끌어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를 자처하는 그는 지난 30년간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 시절에는 인종 차별 철폐 투쟁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006년에는 부자 감세 법안을 비판하면서 의회에서 무려 8시간 30분 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를 했다.
샌더스의 공약은 매우 진보적이다. 우선 그는 중산층 후원금으로 어떻게든 선거를 해보겠다며 슈퍼팩 구성을 거부하고 1인당 2700달러(약 374만원) 이하 소액 후원에만 의존하기로 결정했다. 이 덕분에 월가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은 다른 대선 후보들이 꺼리는 월가 개혁도 누구보다 자신있게 주장한다.
아울러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4년제 공립 대학교 학비를 전면 무료화할 계획이라는 공약도 학자금으로 고생하는 미국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매년 700억달러(약 78조원)에 드는 비용이 드는데 샌더스 의원은 월가 투기꾼에게 세금을 거둬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이에도 '메디케어 포 올'(Medicare-for-all), 즉 '모든 이를 위한 의료보험'이라는 이름의 건강보험개혁안도 당선되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샌더스 돌풍은 대선 초기부터 시작됐다는 반응도 많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이 등장한 뒤,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18세 이상 유권자 가운데 49%가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한 달 뒤였던 지난 5월 조사 결과에서는 4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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