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은 '온라인 경매업체도 기존 사업자와 동일하게 시설기준을 갖추도록 규정함과 동시에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골자로 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월 28일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해당 법령공포 당일에 당정협의를 갖고 개정법령안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동차 경매장 완화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촌극을 벌여 각계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관리법 개정 법률에 대한 원칙없는 정부의 행태로 중고자동차매매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정책을 발표한 배경은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한 중고자동차 온라인 경매업체 '헤이딜러'가 마치 위 법령개정으로 정부가 인정한 전도유망한 청년 벤처사업가가 꿈을 접었다"는 식의 언론보도에 기인한다.
여론을 잠재우고자 국토부장관이 '헤이딜러' 대표를 만나 "온라인 자동차경매업체에 하드웨어적 규제를 한 것은 과잉규제라 생각하며 신속히 입법조치 하겠다"며 전형적인 대중 영합적 태도를 보이면서 무리하게 당정협의를 통해 진행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일부 언론들은 '헤이딜러' 사태에 대해 처음부터 현행법을 위반하며 무리한 사업을 벌인 '헤이딜러'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스마트애플리케이션 앱을 이용, 중고차 온라인경매를 운영하는 방식을 개발해 스마트업시장에서 연 300억원이란 매출을 올리며 잘 나가다가 정부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접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규제 운운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이 나간 것이다. 국토부는 입법 하에 법령공포까지 한 개정법령을 무시한 채 '사후약방문'식으로 일방적인 완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관련 법안의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자동차관리법의 틀 안에서 성실히 세금납부를 하며 일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연 매출 30조원대의 중고자동차시장에서 기존 사업자는 정부의 엄격한 시설기준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안에서 정기적으로 지차제의 지도점검을 받고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며 정확한 중개거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고차시장이 정부 규제에 순응하고 지도를 받으며 사업을 하는 이유는 중고차가 국민의 안전이나 환경등과 같은 실생활과 직결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한 온라인업체의 중고차 매매알선 행위는 허위매물·대포차 양산, 당사간의 거래로 인한 막대한 세금탈루 등이 발생해 막대한 사회적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업체가 온라인 경매업에 진출해 중고차매매 및 알선업을 하겠다면 반드시 법으로 정한 시설기준을 갖추고 제도권의 틀 안에서 오프라인과 연계해 사업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달 1일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회장 신동재)와 시·도 조합장들은 국토부를 찾아 자동차관리법 개선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김성태 의원의 개정안과 달리 파격적인 완화책을 내놨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경매 등록요건으로 사무실 등 최소한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자격제한도 없다. 경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매실이나 성능 점검실 등의 시설기준을 제외시키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소개해 시·도 조합장들로부터 항의가 거셌다.
국토부의 완화된 개선책은 기존 정책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소비자의 안전한 거래도 담보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헤이딜러' 사태를 계기로 옛 규제를 완화할 게 아니라 중고차 경매장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온라인업체도 시설기준을 갖추도록하는 법안의 일관성 및 형평성을 고려하는 게 소비자 보호와 해당사업 발전을 위한 길이다.
정부의 입법과정이 특정집단의 권익을 위해 사사로이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할 국민을 우롱하고 법령으로 차별을 합법화하는 당정협의는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박종길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