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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정’ 김소현, 모두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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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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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정'에서 라디오 DJ를 꿈꾸는 맑고 예쁜 소녀 수옥 역을 열연한 배우 김소현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다행이다. 모두의 첫사랑, 우리가 좋아했던 그 소녀가 김소현이라서.

2월 1일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제공 배급 리틀빅픽처스)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김소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첫사랑 같은 인상을 가졌다. 설렘과 추억을 가진 말간 소녀의 이면은 생각보다 더 깊고 또렷했다.

“수옥이는 범실이를 비롯한 다섯 친구에게 모두 첫사랑 같은 존재에요. 사랑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그건 제게도 좋은 에너지를 줬어요. ‘순정’ 촬영을 하면서 체력이 달리곤 했는데 때마다 좋은 에너지를 받곤 했죠.”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다. 극 중 김소현은 다리가 불편한 소녀 수옥 역을 맡았다.

영화 '순정'에서 라디오 DJ를 꿈꾸는 맑고 예쁜 소녀 수옥 역을 열연한 배우 김소현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f123@]


“수옥이라는 아이는 속이 깊고 친구들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해요. 열일곱 소녀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죠. 마음속에 짐을 가진 아이니까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수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기도 했죠.”

한걸음, 한 걸음씩 가까워지려고 했다.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인 충격에 빠진 수옥에게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던 그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수옥을 이해하려고 했다. 차츰 수옥에게 물들고 “정이 들기 시작하면서” 김소현은 비로소 수옥의 선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연기를 하는데 나중에는 정말 다리가 아프더라고요. 잠을 잘 때도 뒤척거리게 되고요. 그런데 실제로 다리가 아프니까 수옥이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 애가 아픔을 숨기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았고요. 그런 기분, 느낌들을 하나하나 녹여내고 싶었어요.”

영화 '순정'에서 라디오 DJ를 꿈꾸는 맑고 예쁜 소녀 수옥 역을 열연한 배우 김소현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f123@]


음악과 친구를 사랑하는 열일곱 소녀. 김소현은 수옥이라는 인물에 다가서며, 자연스럽게 친구들과도 시선을 맞췄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다섯 배우가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이에 이은희 감독은 “첫 만남부터 손을 잡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렸고 다섯 배우는 우물쭈물 서로의 손을 잡고 촬영장을 누볐다.

“저를 비롯해서 모두 낯을 가려요. 손잡고 다니는 것도 낯설고 어색했죠(웃음). 친하지도 않은데 손잡는다는 게 조금 그렇잖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어요. ‘노래자랑 신’을 찍을 때쯤엔 언니, 오빠들이 아니라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마땅한 놀이 시설이 없었던 전남 고흥에서 다섯 명의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이들은 교실에 모여앉아 “친구들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가수 겸 배우 도경수가 소속된 엑소의 안무들을 배우기도 했다.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었고 이들은 시나브로 친구가 됐다.

“많게는 여섯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들이지만 정말 친구 같았어요. 함께 열일곱 살 연기를 한다고 불편하거나 힘든 점도 없었죠. 정말 다들 그 나이에 맞게, 그 나이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순정'에서 라디오 DJ를 꿈꾸는 맑고 예쁜 소녀 수옥 역을 열연한 배우 김소현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f123@]


올해로 열여덟 살이 된 김소현은 열일곱 살 수옥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 풋풋한 감정들은 연기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10대 소녀의 감수성은 고민할 필요 없이 “현재를 충분히 느끼면” 되는 일이었다.

“재밌는 게 저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들도 순수하고 풋풋한 감성을 잘 살려냈거든요.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한 번 언니, 오빠들이 어른처럼 느껴졌을 때가 있었어요(웃음). 바로 술을 마시는 장면이었어요. 감독님도 ‘너희 술 먹는 장면이 너무 익숙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것 외에는 열일곱 살처럼 느껴졌어요.”

실제 10대인 김소현을 주축으로 도경수,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은 그 시절 소년소녀들의 풋풋함과 청량감을 살려냈다. 특히 도경수와 김소현의 풋풋하고 애틋한 감정 연기는 많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감독님은 우리들의 ‘날 것’의 모습을 원하신 것 같아요. 귓속말로 디렉션을 주시곤 했는데 항상 상대 연기자가 모르는 깜짝 놀랄 만한 애드리브가 있었어요. 저 역시도 감독님에게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있어요. 범실이와의 첫 촬영이었는데 제가 범실이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는 장면이었죠. 그런 주문은 처음이라서 당황했는데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감독님의 의도를 알 것 같았어요. 제가 대사 중인 범실이의 눈 밑을 슥 닦았는데 경수 오빠가 깜짝 놀라서 멈칫하더라고요. 아, 감독님이 있는 그대로를 원하시는구나 깨달았죠.”

영화 '순정'에서 라디오 DJ를 꿈꾸는 맑고 예쁜 소녀 '수옥' 역을 열연한 배우 김소현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f123@]


그는 상대 배우 도경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사랑하는 배우 도경수”는 불편한 것, 아픈 것에 대해 일절 내색하지 않고 스태프들을 챙긴다고 자랑했다. “이래서 사랑받는구나” 느낄 수 있었던 도경수의 태도는 덩달아 김소현의 ‘초심’을 깨우치기도 했다.

“제가 드라마를 많이 해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범실이는 확실히 조금 더 자유롭고 신선한 면이 있었어요. 감독님은 편하게 주고받는 호흡을 원하셨고 저 역시도 경수 오빠로 인해 그 ‘호흡’을 편하게 받을 수 있었어요. 경수 오빠는 눈의 표현력이 정말 좋아서 진실하게 와 닿는 감정들이 많았어요. 정말 ‘진심’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직 첫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김소현은 “만약 첫사랑을 시작한다면 범실이 같은 남자”와 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설레고 예쁘고 풋풋한 감정”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나 환상이 없다”는 그였지만 “범실이의 마음만큼은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수옥이도 모두의 첫사랑이지만 범실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범실이 역시도 여자들에게 ‘첫사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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