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고강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그동안 정리대상에서 제외했던 중국 스테인리스스틸(STS) 일관 제철소인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ZPSS, 張家港浦項不銹鋼有限公司)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키로 해 관심이 쏠린다.
‘최초’라는 상징성보다 ‘생존’에 무게를 두겠다는 권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ZPSS의 변화에 따라 포스코의 대중국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 이노베이터 포럼(Investors Forum)’에서 매각을 포함한 ZPSS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모든 방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ZPSS 실적 부진의 배경이 원로인 “니켈 가격 급락에 따른 것”이라면서 “t당 5만~6만달러에 달하던 페로니켈의 가격이 80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내부적으로 엄청난 비용절감 노력을 하면서 적자를 줄이고 있지만 니켈가격의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에 권 회장은 “지분 희석을 포함 최대한 적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연결재무에서 적자법인을 배제하도록 지분판매 등의 방안도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ZPSS 매각과 관련 “어떻게 팔아야 할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물론 ZPSS가 매각에까지 이르지는 않겠지만 모든 방법을 강구해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은 해외에 진출해 사업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다가 수익이 한계에 달했을 때 매각하는 것은 다반사다. 다만 포스코에게 있어 ZPSS는 큰 의미가 있다.
ZPSS는 지난 1997년 포스코가 중국 사강강철과 공동투자(포스코 82.5%, 사강강철 17.5%)에 설립한 STS 생산업체다. 포스코가 해외에 건설한 최초의 일관제철소로, 15억 달러 이상(추정)을 투자했다. 기존 STS 열연과 냉연 각각 40만t 등 총 연산 80만t에 2011년 완공한 2냉연공장(연산 23만t), STS코일센터(15만t)을 더해 연산 100만t 체제로 확대됐다.
일반 철강제품이 아닌 STS가 낙점됐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STS는 철의 최대 단점 중 하나인 ‘녹’이 잘 슬지 않으며, 내구성이 강해 쉽게 휘거나 찌그러지지 않는 금속이다. 쇳물에 크롬이나 니켈을 포함시켜 만드는 제품으로 니켈, 크롬의 함량에 따라 다양한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주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제품은 그릇, 수저 등 생활 필수품이다.
포스코가 해외 투자에 있어 가장 먼저 조사하는 것이 투자 대상국가의 산업 수준이다. 이에 중국 진출을 검토할 당시 현지 시장을 조사한 결과, 중공업 등에 사용되는 철강재는 자국에서 생산되고 있었으나 생필품 등에 사용되는 STS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포스코는 중국 국민의 생활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경공업 제품용 소재를 공급하는 것을 포스코의 목표로 설정하고, ZPSS를 설립했다. 이는 포스코 창립자인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의 뜻도 반영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포스코와 깊은 유대를 맺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ZPSS였다.
한 때 포스코는 ZPSS의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중국과의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현지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기도 했다.
중국 산업수준이 높아지면서 ZPSS도 기존 생산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2냉연공장이다. 이 공장은 화공 플랜트와 열교환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한다.
이에 권 회장이 취임한 뒤 진행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언급 자체를 금기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권 회장이 ZPSS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공개한 것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쟁악화로 ZPSS의 상황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각이나 대폭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지고, ZPSS가 추진중인 생산제품의 고도화가 이뤄진다면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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