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에 홍콩 도심은 무차별 폭력이 난무하는 대규모 시위로 혼란에 빠졌다.
북경만보(北京晩報)는 설 당일인 8일 저녁(현지시간) 홍콩특별행정구 주룽(九龍)반도 몽콕(旺角)에서 노점상을 불시 단속하는 경찰과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해 100명 이상이 부상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10일 보도했다.
부상자 중 경찰이 90여명에 달하며 시위대 3명과 기자 4명도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의 무차별 폭력에 일부 경찰관은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다. 9일 밤 10시 기준(현지시간) 시위대 300여명 중 61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이번 홍콩 폭력 사태는 경찰이 노점상 10여 곳을 불시 단속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상인이 단속에 거세게 반발하며 경찰과 충돌하면서 순식간에 시위대가 급증, 수 백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자체적으로 만든 방패로 경찰을 공격했으며 쓰레기에 불을 붙여 경찰을 위협했다. 벽돌과 쓰레기통, 유리병 등도 집어 던졌다. 스프레이와 경찰봉으로 시위대에 맞서려던 경찰 중 1명이 시위대의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권총을 꺼내들어 공중으로 발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홍콩 경찰 당국은 노점상 단속 시비가 300여명의 대규모 폭력시위로 번진 것은 마침 인근에서 거리 행진을 할 예정이던 홍콩 분리주의 단체, '본토민주전선'이 시위에 적극 가담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토민주전선 대변인인 에드워드 렁(梁天琦)이 시위에 나섰다 당국에 체포된 것이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당국은 시위대가 각종 시위 장비를 사전에 준비해 시위 자체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와 각계 각층은 즉각 폭력시위를 규탄하며 엄격한 단속을 예고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당국은 불법 폭력시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 당국은 총력을 다해 이번 사태를 조사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수백 명의 폭도가 경찰과 기자를 공격하고 벽돌을 들어 업무를 방해하고 생명을 위협했다"면서 "이러한 시위는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폭력사태로 판단,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18개 구의회 의장은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대중은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과 주장을 합리적이고 비폭력적인 수단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관 단체 4곳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몽콕 폭력 시위 사건에 격분했다"며 "이는 시위대가 법치(法治·법에 의거해 다스림)를 짓밟고 법집행자인 경찰관을 공격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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