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빅3 조선사들의 실적이 하나 둘 씩 공개되고 있다. 이제 남은건 대우조선해양 하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누적손실을 기록하면서 조선업계의 불황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줬다. 특히 분기 흑자가 예상되던 기업이 갑자기 적자로 돌아서는 등 이변이 속출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의 벽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불행의 원흉으로 해양플랜트가 꼽힌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은 2015년 결산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6조2317억원, 영업손실 1조5401억원, 당기순손실 1조3632억원이다.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1조1391억원, 27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으며 당기순손실은 3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299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도 연간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조50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기준 손실의 대부분은 해양부문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흑자가예상됐던 4분기에도 손실을 입었다. 아랍에미레이트(UAE)로부터 수주했던 나스르 해상유전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437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한 점, 또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프로젝트 현장에서 설치비가 증가하면서 93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62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계열사의 일년치에 버금가는 수익을 한 분기 해양설비 충당금으로 고스란히 까먹은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2분기, 나이지리아의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와 호주 이치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의 공정지연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면서 4분기 흑자에도 불구, 연간으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면서 수주잔량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수익성 훼손 우려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공정지연으로 인한 충당금 설정 이외에도 저유가기조 지속으로 시추업체들이 인도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것이다.
14일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해양설비 수주잔량이 22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24기, 20기에 달하고 있어 모든 프로젝트들이 인도가 마무리되는 2019년 까지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조선 빅3를 괴롭혀온 적자 프로젝트들이 상당수 인도가 이뤄졌거나 올해 안으로 인도가 예상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소폭이나마 이익 개선세를 점치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기는 올해 2분기 이후부터가 될 것”이라며 “조선 3사가 과거 수주한 주요 대형 해양 프로젝트의 인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시기가 올해 2분기부터 내년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해양설비시장 침에, 선복량 과잉으로 인한 상선시장 회복 둔화, 엔저(低)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시황이 바닥을 다지는 구간에 있고, 기술력 또한 높아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글로벌 지위는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해양설비에 대한 발주사측의 무리한 인도거부나 계약 취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먹구구식 수주가 아닌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희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해양플랜트공사계약과 관련된 법적 쟁점사항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법적 분쟁 등 위험이 제외된 EPCM(설계·구매·시공·운영) 계약 또는 양분책임방식의 EPC계약으로 계약방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발주자의 까다로운 계약조항에 대비, 계약 개별조항들에 대한 기술적이고 법적인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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