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자는 꿈도
무엇이 되겠다는 희망도
끝내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람에 맡겨두면
비 뿌리던 들판
이슬 피한 추녀 밑의 해질녘에도
아무렇게나 다리를 뻗고
잠이 들다
선잠에 깬 봄비 소리
달빛에 녹은
그 어디쯤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뿌리가 내려 가슴이 열리고
실핏줄 마디마다 피가 도는
생명이 되었습니다
저절로 꽃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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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강원도 산촌의 기온은 영하 10도다. 눈까지 내려 한겨울 풍경이지만 남쪽으로부터 동백꽃 소식을 듣더니 매화 만개 소식을 듣는다. 아랫녘 어느 숲에서는 복수초도 피었다 한다. 때가 되니 어김없이 봄이고 꽃이 핀다. 서둘지 않아도, 억지로 불러들이지 않아도 올 것을 오고 필 것은 피고 또 무르익는다. 이제부터 봄꽃 소식에 젖어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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