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주경제는 KBS2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연출 이건준) 종영을 앞두고 이진애 역을 맡았던 배우 유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종영에 대해 “시원섭섭하다”고 털어놓으며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저는 오빠도, 남동생도 없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진애의 삶을 살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좋은 경험이었고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드라마 ‘러빙유’를 지나 ‘제빵왕 김탁구’, ‘백년의 유산’과 ‘부탁해요 엄마’까지. 유진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통해 찬찬히 연기력을 쌓아왔다. 특히 ‘부탁해요 엄마’ 같은 경우, 감정의 기복과 소모가 컸던 작품이었기에 더욱이 내공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고두심 분)가 아픈 걸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데 그걸 여러 번 찍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스태프의 배려로 감정 소모를 덜 했어요. 다행스러운 건 이렇게 힘든 감정 연기를 하는데도 컨트롤 하는 방법을 깨달아서인지 많이 힘들진 않더라고요. 이렇게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아요.”
실제 대가족을 연상하게 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유진은 연기력이 “조금씩 쌓이는 것”을 느꼈고 ‘가족극’이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륜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게 정말 장점이었어요. 선생님들을 보고 배우면서 조화하는 방법을 알게 됐죠. 특히 저의 엄마 고두심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많이 울고, 웃고, 배웠어요.”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엄마에게 홀대받고 서러운 마음도 들었죠. 실제로 저희 엄마는 구박당하는 진애가 안쓰럽다고 하셨어요. ‘내 딸인데 구박을 당해서 속상하다’면서요(웃음).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극에 몰입하셔서 그런 말씀은 안 하시더라고요.”
실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인 유진은 “딸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데 오히려 어머니의 입장이 이해가 돼 난감했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진짜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도 같은 맥락이었어요. 이전에는 출연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딸 로희가 태어나면서 제가 완전히 바뀐 기분이 들어요.”
배우와 엄마는 유진에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로희를 만나며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깨달음은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출산 후 복귀작이었던 ‘부탁해요, 엄마’는 그런 의미에서 유진에게도 남다른 작품이었다.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처음 한 작품이기도 하고, 모녀의 진한 감정을 담은 것도 우리 드라마가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제 안에서 표현되는 감정도 완전히 다르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상상보다는 경험이잖아요? 확실히 경험으로 인해 더욱 풍부한 감정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딸이라서 차별을 받고 자신의 몫을 빼앗기는 모습은 그와 같은 상황을 겪었을 전국의 딸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로 유진은 2녀 중 장녀. “실제와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가족 같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점차 진애에게 몰입했다.
“극 초반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소한 장면들이 마음에 훅 들어왔죠. 엄마라는 인물을 잘 그려낸 것 같아요. 저도 작품을 돌아보며 엄마를 떠올렸고 저를 대입하기도 했죠. 진애에게는 섭섭한 엄마였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이란 게 그렇잖아요. 그 마음을 아니까 더욱 엄마의 마음이 짠하게 다르게 다가왔어요. 이런 점이 많은 엄마가 ‘부탁해요 엄마’를 사랑한 이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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