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코리아]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위기는 온다…뼈를 깎는 구조조정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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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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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성린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가며 구조조정을 하고 규제완화를 해야한다"며 "그래야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금은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에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그는 '위기'를 경고했다. 오죽하면 '선진국'까진 못 가도 좋으니 '선도 중진국' 위치라도 지켰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비관적 전망이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닌, 솔직하게 현실을 직시한 답변으로 들렸다.

경제학자 출신인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당내에서 인정하는 '경제통'이다. 당의 경제정책 개발을 담당해왔고, 현재는 총선 공약을 마련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상임위는 지난 2008년 국회에 입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기획재정위원회를 고수해왔다. 국회 안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한 셈이다.

그런 그를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과 해법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 여러 대내외 변수가 있는데 지금의 경제상황, 어떻게 진단하나.

"우선 대외 여건을 보자면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 저유가 등은 국내 수출 부진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그게 증시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대내 여건은 심각하다. 수출이 안되면 내수라도 활성화해야 되는데 이게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내부에서 경제위기 상황을 더 부추겼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부에서 경제활성화법 30개를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 2개 남기고 결국 다 통과되긴 했지만 그게 너무 늦었다. 법안은 타이밍이다. 핵심은 빠뜨리고, 시기는 늦다보니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 4대 부문(금융 ·공공 ·노동 ·교육) 개혁도 지금 안되고 있지 않은가. 결국 내수 활성화를 하려면 내부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 가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 규제완화로 필요한 개혁을 해 나가야만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 지역에 가면 경제상황에 대한 목소리들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자영업자들과 청년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일자리가 너무 없다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국민들도 그게 꼭 정부 여당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걸 잘 아신다. '왜 야당이 도와주지 않느냐', '왜 경제활성화법을 발목잡느냐'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래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된다고도 하신다. 적어도 경상도 지역에선 여당 심판론보다는 야당 심판론이 강하다."

- 규제완화는 어떤 부분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여러가지 규제들이 있지만 특히 대기업 규제가 굉장히 많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측면에서 대기업 규제를 푼다고 하면 야당이 반대하고, 정부도 조심스러워한다. 물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은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60%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다. 대기업이 살아남으로써 중소기업이 사는 것도 상생이다. 대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을 하고 수출을 늘려서 중소기업과 같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규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나. 기업들이 기업하기 힘들게 만들면 안되는 거다."

- 그렇다면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택한 경기부양책 얘기도 해보자. 재정 조기집행,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단기 진작책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그간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두 가지 측면에서 정책을 시행했는데 언뜻 보면 효과는 별로 없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걸 안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원하는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가 우려되더라도 재정확대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작년 말, 예산을 편성할 때 긴축 예산을 편성했다. 충분히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 역시 추가로 인하하면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것인데, 아직까진 여력이 된다고 본다. 물론 가계부채 문제도 생기나, 불가피하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감안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 처방은 못 된다. 노조와 같은 이해관계 집단들의 반대 속에서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하는데, 그만큼 국민들이 고통을 다같이 감내해야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 여력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얘기인가.

"우리나라 국가 채무 수준은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나드는 수준인데, 외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수 있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좀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재정적자를 줄이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얘기하는 게 '페이고법(Pay-go·예산수반 법안 발의 시 재원조달방안 첨부 의무화)'이다. 새로운 지출을 유발할 때는 다른 데서라도 강제적으로 줄이자는 건데, 사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 때문에 많이들 반대한다. 하지만 도입할 때가 됐다.

또 포퓰리즘 복지를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복지라고 해서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하고 있지만 세수가 줄어들면 국가 재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작년 한 해, 국민들이 이 부분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복지는 늘어난다. 세수를 늘릴 방법이 없고, 세율을 높이면 경제가 어려워져 궁극적으로는 세수가 또 줄어든다. 결국은 보편적 복지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 대외 변수에서 우리가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불황이 심각한 것 같다. 우리가 우리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다보니 신흥국 시장의 경기에 많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각국의 통화전쟁, 환율전쟁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하고 있다. 우리도 해야 하지만 자칫 환율 조작국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채무를 생각하면 무조건 평가절하만 할 수도 없다. 환율전쟁은 계속 주시하면서 국제적 공조를 이끌 필요가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돈을 풀어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국가 부채가 위기를 넘어설 정도로 과다하다. 모든 나라가 빚을 내 겨우 위기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몇몇 나라가 디폴트를 맞게 되면 결국 세계 경제위기는 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래도 버티고 있는 것은 과거보다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불가피한 것인데 과감하게 하기가 어렵다. 위기는 반드시 온다. '언제 오느냐'가 문제지,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조도 한계가 있다. 모든 나라들이 속으로 곪아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잘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 최근 화두로 떠오른 북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우려도 나왔는데.

"북한 리스크는 경제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한 10년간, 북한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다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전반적으로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물론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은 피해가 막심하다. 피해보상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의 경우,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발생한 것은 아니지 않나.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우리가 공격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왜 우리가 강공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지, 왜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우리의 자구책을 비판하느냐면서 설득을 해야 한다. 보복조치가 두려워서 안할 필요는 없다."

- 여건은 악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그레이트 코리아'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제언을 부탁드린다.

"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선도 중진국' 위치라도 공고히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희망이다. 우리나라는 중진국 단계에서부터 고령 사회가 왔다. 선진국에 진입하고 고령화를 맞은 다른 선진국들과 다르다. 때문에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국가 재정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다른 선진국들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말로만 선진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여건이 굉장히 어려워졌음을 알아야 한다.

전 세계가 디플레로 가는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맞는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고통 분담을 통한 국가 경쟁력,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4대 부문 개혁이 그 수단이 될 수 있겠다. 창조경제를 통한 신성장산업업 발굴, 경제활동인구 확충,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교육 경쟁력 및 노동생산성 제고 등등. 이러한 것들이 차근차근 이뤄지면서 경제강국으로 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국민들의 소통하고 타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양보하고 소통하고 타협해 갈등을 풀어야 한다."

- 정치권 얘기가 나온 김에 19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평가를 부탁한다.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는 사람들이 물갈이 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해서 계속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는데 어떻게 하겠나.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도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으니 방법이 없다. 야당은 우리보고 경제정책을 실패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려면 정부 여당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줘야 한다.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고 실패하고 하면 안 된다. 여야는 경제정책에 대한 철학이 너무 다르다. 야당은 부자나 재벌, 대기업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조금이라도 이익이 간다고 하면 무조건 법안을 반대한다. 충돌이 불가피하다. 양쪽에 이익이 되면 법안을 통과시켜서 이후 배분하면 되는 거다. 이러한 운동권적인 시각을 고치지 않는 한 그들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우리 경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화법도 바꿔야 한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이수경 기자]


◆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누구 

◇1953년 3월 27일 부산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1981) ◇에식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1984)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1988) ◇한반도 선진화재단 부이사장(2006~2008)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제18대 국회의원(2008~2012)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2011~2012) ◇제19대 국회의원(2012~) ◇새누리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2013)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2015~)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민생119본부 본부장(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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