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산업위기] ⓵ 일본 언론이 현대로템을 공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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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6-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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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개발한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사진=현대로템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도로와 함께 국가 대동맥으로 통하는 철도차량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시장 규모도 협소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위상도 경쟁국가에 비해 떨어져 타 산업에 비해 정책지원도 모자란 상황에 시장 개방이라는 충격까지 감내해야 한다. 특히 제조보다 서비스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기 때문에 여론의 동정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철도차량산업의 현황과 위기, 발전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2016년 병신년 첫 업무를 시작한 지난 1월 4일.

일본의 유력 언론사인 산케이신문은 이날 오전 인터넷에 특정 한국기업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독점기업 현대로템의 단말마’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이 기사는 “현대로템의 지난해 철도차량 해외 수주액이 절정이었던 시기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내용 중 회사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내용만을 선별해 인용한데다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며 ‘모든 악조건이 집약된 회사, 파탄내야 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 언론은 앞서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수차례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은 일본에 진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보도의 전의가 더욱 의심스럽다. 회사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경영진들이 상당히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가 나간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관련 산업 관계자들은 글로벌 철도차량산업이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철도차량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동안 독점기업의 지위를 유지해왔던 현대로템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드릴십 1척 가격’ 좁은 시장, 전체 업체중 96%가 중소기업
1980년대 들어 비로소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한국 철도차량산업은 2004년 4월 경부고속열차(KTX)가 영업운전을 시작, 세계 4번째 고속철도 운행국가에 이름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KTX의 운행을 계기로 한국은 최초 프랑스에서 도입한 고속열차의 국산화를 추진, 그해 최대 시속 350km/h대의 한국형고속열차(KTX-II 산천)에 이어 2013년에는 421.8km/h의 KTX-III(HEMU-400X)를 개발했다. 철도선진국 산업보다 발전역사가 짧지만 세계 고속철도 운영국의 일원으로 고속전철 자체제조기술을 보유한 국가로서 철도선진국의 반열에 합류했다는 점은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한국 철도차량제조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다.

전 세계 철도차량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7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한국 시장은 5000억~6000억원으로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를 휩쓸었던 드릴십 1척 가격이 5000억원대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협소한 시장인지를 알 수 있다.

한국철도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에 현대로템을 포함한 219개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종사자 수는 3869명이다(2011년 기준). 전체 업체중 96%에 해당하는 211개 업체가 종업원 수 50명 미만의 중소 영세업체들이다. 철도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척박한 기반에서 초부가가치 제품인 고속전철을 자체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다.
 

[자료=업계 종합]


기반기술의 취약과 연구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도 주요 핵심부품 기술과 원천기술의 수준은 선진국의 것과 비교할 때 열세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외국기업의 무차별 참여로 기반 흔들려
이러한 좁은 시장을 글로벌 외국계 기업들은 십수년 전부터 꾸준히 넘보고 있다.

2003년 일본 미쓰비시가 인천공항공사 순환열차(IAT)사업(열차 9량 108억원)을 따낸데 이어 2004년에는 캐나다 봄바디어가 용인경전철사업(30량, 810억원), 2006년에는 독일 지멘스가 의정부 경전철사업(30량, 660억원), 2007년에는 일본 히타치가 SLS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레일 온양선사업(32량, 444억원)을 수주한데 이어 2008년에는 우전산전과 손을 잡고 대구광역시 지하철 3호선사업(84량, 2211억원)을 가져갔다. 2005년 전라선 고속철도 사업(100량)에는 프랑스 알스톰, 인천 지하철 1호선 사업(72량)은 봄바디어가 입찰에 참여해 현대로템과 경쟁한 바 있다.

향후 진행하는 사업에서도 외국계 기업 참여는 이어질 전망이다. 창원시 도시철도 사업인 창원시 트램사업(85량)이 조만간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12월에는 서울시 매트로 2호선 전동차 사업(180량)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이들 사업에 봄바디어, 중궈난처(中國南車·CSR)와 합병을 발표한 중궈베이처(中國北車·CNR), 히타치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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