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재 발생 전’ 현장 살피는 숨은 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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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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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양소방서 재난안전과장 권병서 소방령]


안양소방서 재난안전과장 권병서 소방령

소방관이라는 직업상 화재 현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방관에게도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화재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 앞에 주저앉아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며 울음을 터뜨리는 화재 피해자들을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가족끼리 운영하던 식당이 화마의 피해를 입어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어버린 어느 가장이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오열하는 처자식을 다독이는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고대 중국 최고의 명의는 ‘화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화타’는 늘, ‘스승님에 비하면 나는 하찮은 의원일 뿐이다’라며 스승을 기렸다고 전해진다. 자신은 실력이 부족해 큰 수술을 하고 희귀한 약을 처방하여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진정한 실력자인 스승은 큰 병이 생기기 전에 간단한 처치와 흔한 약으로 병을 다스리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속한 화재진압도 중요하지만 화재로 고통 받는 시민들이 생기지 않도록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는 예방활동은 더욱 중요하다.

영화 같은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소방영웅이나 미래의 소방관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상상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불길 속에 뛰어들어 용감히 인명을 구조하고 많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대형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화재예방업무는 중요성에 비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주춧돌 없이 집을 지을 수 없듯 화재예방의 기틀이 없는 화재진압은 빛을 발하기 힘들다.

건축물에는 설비 기준에 따라 각종 소방 설비가 갖춰져 있다.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부터 지하에서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무선통신 보조설비, 옥내 소화전 및 스프링클러 설비, 연결송수관 설비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이러한 소방 설비들이 재대로 작동하도록 유지․관리 하는 것도 예방업무의 하나다.‘고층건물 화재발생으로 40층까지 뛰어 올라가 옥내소화전을 열었는데 수관(소방호스)과 관창(수관에 연결해 화재지점에 방수하게 해주는 기구)이 없더라’하는 상황은 상상조차 두렵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소방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화재예방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예방활동에 힘쓰고 있기에 화재진압에 임하는 대원들도 그들을 믿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근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소방관의 장비나 근무인원 확충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인도적인 이유로 소방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해서 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소방조직이 기준에 맞는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그 기능을 다했을 때 비로소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화재 예방이야 말로 국민안전 확보의 최전선임을 인식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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