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 불안하던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 뇌관이 결국 터졌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 공천을 예고한 ‘칼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불안 불안하던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 뇌관이 결국 터졌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 공천을 예고한 ‘칼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벌써부터 ‘한바탕 난리’다. 김무성 대표를 위시한 비박(비박근혜)계는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공관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이한구 감싸기’에 세를 결집하고 있다.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던 집권 여당의 공천 혁명 약속은 온 데 간 데없이 계파 갈등의 멀건 민낯만 드러나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우선추천제’다. 이 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광역시도별로 최소 1곳, 최대 3곳을 우선 추천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우선 추천 지역은 사실상 경선 없이 공천할 수 있어 전략공천이 가능한 곳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전략공천’에 따른 현역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 말대로 전국 17대 광역시도(세종시 포함)에 우선추천제를 적용하면, 적게는 17석, 많게는 49석까지 선정 가능하다. 여야가 잠정합의한 20대 총선의 지역구 253석 가운데 약 20%의 현역의원이 교체 대상이란 뜻이다.
이한구 공천안의 또 다른 논란거리는 ‘당원 대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다. 당초 기본 원칙은 3대 7이나, 예비후보끼리 합의가 되지 않으면 공관위가 일반국민 100% 대상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원 조직이 약한 이른바 정치 신인, 일례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사실상 이를 통해 친박계의 공천 파이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비박계의 주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식 공천안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 기자들에게 불만을 표한데 이어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 공천제의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 선거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노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상향식 공천’이 시작 전부터 이 위원장에 의해 스텝이 꼬이자, 격앙된 반응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식 공천안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 기자들에게 불만을 표한데 이어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 공천제의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 선거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노했다. 김무성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소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그러나 친박계는 우선추천제는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고, 공관위 일에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또한 “김 대표가 자꾸 여기(공관위 활동)에 끼면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이 위원장이 말씀하신 것은 모두 당헌·당규의 절차에 명시돼 있다”고 두둔했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윤상현 의원도 전날 “선수는 룰을 따라 페어플레이를 하고 승리를 위해 뛰면 된다”고 김 대표를 정면 비난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공관위원들을 통해 이 위원장의 우선추천제 활용 구상을 무산시키려는 한다. 그럼에도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우선추천 대상 지역을 선정할 경우, 최고위에서 수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주변에 “(상향식 공천 룰을 벗어난 안에는) 절대 도장을 찍어 주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위원장 또한 지지 않을 태세다. 그는 당규에 명시된 ‘공관위 거부권’까지 언급하며 “최고위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공관위원 3분의 2가 결의하면 된다”고 김 대표에 맞섰다. 그는 또 "최고위 의결 사안은 공천자 명단이지 공천룰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와 직접 만나 의견조율 여부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논의할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공관위 간사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우선·단수추천소위 위원장인 홍문표 의원이 이날 오후 이한구 위원장을 만나 사안 조율에 나서기도 했지만, 한번 뇌관이 터진 이상 쉽사리 갈등 수습은 힘들어 보인다.
한편 새누리당은 16일 공천 후보자 신청을 마감, 약 900명(잠정)이 등록해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관위는 18일 후보자 자격심사 기준을 확정, 최고위에 보고한 뒤 20일부터 면접 심사에 들어간다. 이르면 23일부터 경선 대상 지역을 발표해 3월 4일부터 경선 예정이나, 공관위와 김 대표 간 이견이 커 공천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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