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배럴당 20달러대를 맴돌며 유가가 바닥까지 추락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세계 산유국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바렌인 등 산유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고 로이터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S&P는 사우디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외화·자국화 표시채권 발행등급·IDR)을 'A+'에서 'A-'로 두 단계 낮췄다. 단기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러한 강등은 지난해 10월 S&P가 사우디의 국가신용등급을 장단기 모두 한 단계씩 낮춘 이후 단 석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 회사는 "유가 하락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재정·경제 지표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우디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980억 달러(약 102조 3000억원)를 기록해 건국 83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부 재정의 90% 이상을 원유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저유가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수입은 1620억달러로 전년보다 42%나 감소했다.
S&P는 이미 지난해 투기 등급('BB+')으로 하락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도 'BB'로 한 단계 더 강등했다. 브라질 정부가 올해 재정수지 흑자 목표치를 GDP 대비 0.75%에서 0.5%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직후, S&P는 브라질이 직면한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번 결정을 발표했다. 아울러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도 제시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무디스는 아직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aa3'를 유지하고 있으나 무디스 역시 "재정과 경제활동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상태다.
이 두 국가 외에도 S&P는 이날 바레인과 오만의 신용등급을 각각 2단계씩 강등해 바레인은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오만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에 강등을 모면해 현 신용등급인 BB+를 유지했다. 그러나 S&P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강화되거나 혹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국가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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