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속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을 괴롭힌 것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후회와 반성 따위가 아니었다. 아버지에서 이용당하고, 쓰임이 다해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허망함을 느낀 그는 결국, 목을 맸다. “잠깐인데도, 이런 데서 하루도 못 있겠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네”라고 업신여겼던 감옥에서.
‘리멤버’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재벌, 권력과 싸우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법정 드라마다. 첫 방송 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리멤버’로 드라마 첫 집필을 맡은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와 군에서 제대해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배우 유승호를 향해있었다. 남궁민은 “동사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보여줬던 악역 연기를 또 하느냐”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방송 직후 사람들은 남궁민 이야기만 했다.
드라마는 방영 내내 ‘베테랑’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안하무인 금수저 남규만(남궁민)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금수저를 부러뜨리기 위한 흙수저의 고군분투와 조폭, 재벌, 마약, 강간, 살인, 몰카까지 지난해 13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TV 버전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빽도 족보도 없는 검사 탁영진(송영규)이 내부자로 잠입, 금수저의 은밀한 치부를 영상으로 촬영해 대중에게 유포하는 모습은 ‘내부자들’의 우장훈(조승우) 검사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남궁민이 데뷔한 지도 어느덧 17년이 됐다. 그 세월 간 작품의 전면에 섰던 적은 사실 손에 꼽는다. 하지만 주연 배우의 한 발짝 뒤에서 언제나 작품의 허리를 든든히 받쳤던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중의 까다로움을 충족시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