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로 1961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하퍼 리(Harper Lee)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9세.
미국의 인터넷언론인 '앨 닷컴'은 이날 "하퍼 리가 숨졌다는 사실을 다수의 지역 인사들로부터 확인했다"고 전했으며, 그의 친지들은 리가 자신의 고향인 앨러배마주 먼로빌 요양 시설에서 잠자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하퍼 리는 1926년 먼로빌에서 신문사 소유주이자 변호사였던 아버지 애머사 콜먼 리와 어머니 프랜시스 커닝험 핀티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앨러배마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뉴욕에 살면서 항공회사 예약창구 직원으로 일했다. 친구들의 재정적 도움으로 작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57년 에세이 두 편과 단편소설 세 편을 들고 J.B.리핀코트 출판사를 찾아갔다. 편집자는 단편소설 한 편을 장편소설로 개작하라고 권유했고, 이듬해 그는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다. 하지만 편집자가 다시 고칠 것을 요구하자 1959년 원고를 다듬어 <앵무새 죽이기>로 제목을 바꿨다.
백인여자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되자 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이듬해 리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리는 이 소설을 통해 흑인 차별 등 당시 사회 문제들을 낱낱이 드러냈다. 전 세계에서 4000만부 이상 팔린 이 책은 1962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극 중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리는 언니의 병 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1990년대 후반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사실상 은둔생활을 이어갔다. 2007년엔 뇌졸중을 앓기도 했지만 지난 해 7월, 55년 만에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펴내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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