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경부 이규하 차장]
난전상인들을 탄압하는 시전 객주(客主)일당들의 횡포는 그칠 새가 없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한강 일대에는 서해산과 동북산 어물들이 속속 도착했다. 어물전 상인들은 어물선상들과 흥정하며 어물 매입에 분주하다.
흥정도 잠시, 어느덧 고성과 통곡으로 뒤바뀐다. 어물전 상인들이 헐값을 제시하는 통에 어물선상들은 울상이다.
어물선상도 다른 시장 통으로 가고 싶지만 구만리길에 어물을 썩힐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어물선상들은 손해를 보고 넘긴 채 상인들의 우두머리인 객주를 찾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억울한 사연을 관가에 고하려했지만 탐관오리는 매질을 하겠다며 고함이다. 겨우 풀려난 그의 주머니엔 가족들 입에 풀칠할 헐값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이곳저곳 어물가격이 똑같다. 저마다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대지만 저녁 찬거리 생각에 그냥 집어 든다. 막대한 이익을 본 객주는 독점적 위치에서 곳간을 채우는 등 자본가계급으로 배를 불려갔다.
정조가 금난전권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저울의 눈금을 속여 백성을 먹여 살리는 장사치들의 세상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그동안 몰상식과 비정상, 부조리 속에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고 견제·균형이 약화됐다.
정부 주도의 고도성장에 일조하면서 쌓아온 부의 축적은 어느덧 부의 불평등으로 하소연되고 있다. 고통 전가 정책만 내놓는 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몰상식 기업을 향한 경제민주화 외침은 여전하다.
어물전 주인들에게만 살 맛 나는 세상을 열어주는 통에 좌절과 절망은 늘 다람쥐 쳇바퀴인 셈이다. 현대판 어물전 주인들은 살찐고양이로 비유되는 등 기업가정신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쇠퇴는 생쥐들의 밥그릇을 더욱 작게 만들었다.
자본주의 절대 강자인 미국 대선판에서도 기득권층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기류를 보면 남의 일은 아닌 듯 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또 다시 경제활성화를 운운하고 있다.
사내유보금 수조를 쟁여놓은 살찐고양이들도 외친다. 어물전 장사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고통분담 방안은 없고 비정규직의 원인 등 노동 경직성을 탓으로 돌리기 분주하다.
지난해 일부 금융그룹 회장들이 일정부분의 금여를 반납하고 신규채용 재원에 사용하겠다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재벌을 해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의문, 재벌총수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이른바 살찐고양이법 얘기다.
물론 사생활 비밀이라는 경제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체계 구축과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사회적 편익을 우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높은 성과를 낸 일반직원까지 공개될 수 있다는 경제계의 지적에도 의문이 든다.
과연 5억원 이상이되, 연봉 상위 5위인 일반직원이 존재할까. 김기식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전체 월급쟁이(1669만명)의 45%가 연봉 1000만원 미만, 2000만원 미만대다.
그만큼 연봉 5억원 이상이면서 상위 5위는 가문의 영광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살찐고양이법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재벌총수의 형태를 문제시하고 있다.
고액연봉을 받으면 범죄의 표적이 될까. 횡령·배임·사기를 저지른 어물전 주인들의 연봉은 얼마나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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