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권당국의 수장인 샤오강(肖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주석이 결국 해임됐다. 지난해 중순과 올 초, 중국 증시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을 유발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중국 국무원이 중국 증감회 7번째 주석인 샤오강의 해임을 결정했고 샤오강 주석은 20일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증감회를 떠났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는 2013년 취임 후 3년만에 증감회 주석직을 내놓은 것이다. 신임 주석에는 류스위(劉士余) 농업은행 이사장이 임명됐다.
사실 샤오강 주석의 사퇴설은 지난해 중순부터 흘러나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증시가 지난 6월 중순 폭락하면서 중국 금융시장 전체에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 당국 등의 각종 부양책과 투기 단속 강화 등에 힘입어 주가는 다시 안정됐고 샤오 주석의 '사퇴설'도 묻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는 급강하했다. 올 첫 거래일 처음 도입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중국 증시 폭락세를 조장했다는 지적과 함께 샤오 주석 '자질'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외신은 지난달 18일 샤오 주석이 사직서를 당국에 제출했다며 샤오 주석의 임기가 곧 끝날 것이라는 추정보도를 내놓으며 사퇴설에 다시 무게가 실렸다.
사퇴설이 재차 불거진 후 해임까지 한 달이나 간격을 둔 것은 중국 당국이 적절한 해임시기를 놓고 깊은 고민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26일 시작되는 상하이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3월 초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에서 증권 당국에 금융시장 혼란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고자 해임시기를 미룬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증권당국의 수장이 교체되고 '류스위 시대'가 열리게 됐지만 중국 증시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할 전망이다. 류 신임 주석에게 다수의 '어려운 숙제'가 고스란히 남겨졌기 때문이다.
신경보(新京報)는 21일 류 신임 주석이 이끌 중국 증시의 시장화·법제화·국제화 개혁의 여정은 멀고도 험난할 것이라며 핵심 과제로 △주식발행등록제 전환 △증권법 개정 △ 선강퉁 실시 등을 꼽았다.
중국 증시가 아직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 3월로 예정된 주식발행(IPO) 인가제의 등록제 전환을 큰 타격없이 추진하는 것은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종 투기·불법행위 단속역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증권법' 개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증권법에 벌금 기준이 있지만 실제 불법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액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중국 증권법은 '두부법'"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 당국의 단속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선강퉁 실시도 남아있다. 2014년 11월 중국 증권당국은 상하이·홍콩 거래소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실시로 중국 증시 상승곡선을 이끌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선전·홍콩 거래소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을 추진, 지난해 연내 실시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불마켓'에서 '베어마켓' 기조로 전환되면서 실시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외에 △서킷브레이커 제도 개선과 재실시 △대주주의 대량 지분처분 제한 지속여부와 중국 증시 폭락의 배경으로 지적된 △T+0(당일 거래)제도 개선 등도 류 신임 주석이 풀어야할 핵심 과제로 꼽혔다.
▲ 류스위 신임 증감회 주석은
1961년 11월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난 류 신임 주석은 칭화대학교 수리공정학과 학사, 경영학과 석사, 기술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상하이 경제시스템 개혁판공실, 국제경제시스템 개혁위원회, 중국 건설은행 등에서 근무했으며 2002년 중국 인민은행 판공청 주임, 2006년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4년 12월부터 중국 농업은행 이사장을 맡아왔다. 시장에서 손꼽히는 금융위기 전문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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