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고려·조선 시대 불화, 불상 등 연구가치가 높은 9건의 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익재난고', '퇴계선생문집',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 등 총 9건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 및 고려 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는 1307년 작가 노영(魯英)이 흑칠한 나무 바탕 위에 금니(金泥, 아교에 갠 금박가루)로 그린 금선묘(金線描) 불화이다. 앞면에는 아미타여래와 팔대보살을 표현하였고, 뒷면에는 고려 태조가 금강산 배재(拜岾, 절고개)에서 담무갈보살에게 예경(禮敬,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드림)하였다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려 시대 사경화(寫經畵, 불교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그림)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금선묘 기법과 높은 완성도, 작가와 조성연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고려 불화와 산수화풍 연구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구례 천은사 삼장보살도'는 1776년 천은사 대법당(극락전) 중단(中壇)에 봉안하기 위해 화련(華連) 등 14명의 화승(畵僧)이 제작했다. 삼장보살도는 조선 중기부터 제작되기 시작해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으나, 이른 시기 작품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천은사 삼장보살도는 18세기 후반기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도, 현존 삼장보살도 중 유일하게 화기(畵記) 란에 흰색 글씨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낱낱이 기록해 놓았다.
'익산 심곡사 칠층석탑 출토 금동불감 및 금동아미타여래칠존좌상'은 지난 2012년 6월 석탑 해체 수리 때 지대석 윗면에 마련된 사각형 홈에서 발견됐다. 불상은 모두 7구인데 아미타여래·관음보살·대세지보살로 구성된 삼존상과 2구의 여래와 관음·지장보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재청은 "이 불상들은 여말선초 때에 원·명대 라마 불교 양식을 수용하여 제작된 외래적 요소가 강한 불상들로, 외래 양식의 전래와 수용 과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하다"며 "출토지가 분명한 곳에서 불감과 7구의 불상이 거의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문학·서지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서 학계의 이목을 끄는 '익재난고' 권6~7과 '역옹패설'은 고려 시대 말기의 대표적인 문신이자 학자인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년)이 지은 책이다. 익재난고는 권6~7은 시문집으로 전 10권 가운데 2권 1책본이며, 역옹패설은 시문평론집으로 4권 1책본이다. 이들 판본은 1432년에 강원도 원주에서 판각한 목판에서 인출한 목판본으로서, 조선이 개국한 지 40년이 지난 후임에도 고려의 국왕과 원(元)의 천자를 높이기 위한 개행(改行)과 간자(間字)의 방식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고, 고려본의 문집에서 자주 보이는 행초(行草)의 혼용, 그리고 같은 자가 반복될 때에 쓰이는 기호인 ‘⺀ ’표도 자주 쓰이는 특징을 보여준다.
'퇴계선생문집'·'퇴계선생문집목판'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년)의 학문적 성과를 집성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풍부한 내용과 방대한 분량 그리고 이를 편집·간행하며 구축한 문집편집의 방법과 성과는 조선 후기 문집의 편집과 판각의 전범(典範)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했다. 퇴계선생문집은 46권 24책(본집 45권 23책, 별집 1권 1책)으로 경자년(1600년) 초간본이며, 퇴계선생문집목판은 752매(본집 709매, 외집 15매, 별집 28매)로서 초간본을 인출한 목판이다.
◆보물 지정 목록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 및 고려 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보물 제1887호, 국립중앙박물관) △구례 천은사 삼장보살도(보물 제1888호, 천은사) △구례 천은사 목조관세음보살좌상 및 대세지보살좌상(보물 제1889호, 천은사) △익산 심곡사 칠층석탑 출토 금동불감 및 금동아미타여래칠존좌상(보물 제1890호, 궁리유적전시관) △서울 흥천사 금동천수관음보살좌상(보물 제1891호, 흥천사) △익재난고 권6~7(보물 제1892호, 계명대) △역옹패설(보물 제1893호, 계명대) △퇴계선생문집(보물 제1894호, 계명대) △퇴계선생문집목판(보물 제1895호, 한국국학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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