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고급 한식당 삼청각의 '공짜 식사'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3급 공무원인 정모씨가 올해 설날 삼청각에서 사실상 공짜밥을 먹은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당시 정씨는 가족 등 10여 명을 데리고 삼청각을 찾아 230만원 어치 식사를 하고 고작 33만원만 지불했다. 정씨는 1인당 3만원에 해당하는 음식을 시켰지만 현지 직원들이 임의적으로 고가요리를 대접했다고 변명했다. 이 와중에 33만원을 낸 그의 행동이 최소한의 양심 때문인지, 아니면 법망의 탈출 도구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무전취식은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갑질'이다. 비단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의 치부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곳곳에 이런 횡포는 얼마든지 암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주체가 공무원이란 점에서 비난의 강도는 거세다.
그의 전력을 살펴보면 이미 머릿속에 '갑'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시 공무원 등과 삼청각을 방문한 그는 술 20여 병을 곁들인 150만원 상당의 만찬을 즐기고도 전혀 계산하지 않았다. 그의 갑질은 만연했지만 계약직인 삼청각 직원들은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해 그간 참아온 것이다.
이런 정씨의 행동은 '1급수' 청렴사회를 꿈꿔 온 일명 '박원순법'을 무색케 만들었다. 박원순법은 공무원이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직무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이다. 현재 정씨는 직위해제를 당했고 연관된 나머지 공무원들도 박원순법이 적용돼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사회가 지위를 내세운 폭거에 얼마나 취약한 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씨는 수 년전 삼청각 관리운영 업무를 직접 맡았고, 최근까지 총괄한 인물이다. 서울시는 허술한 감독 시스템에 관해 쓴소리를 듣게 됐다.
서울시는 뒤늦게 삼청각 운영방식에 대대적 메스를 들이댈 예정이다. 그러면서 산하기관과 위탁기관의 유착 형태도 점검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법의 제정보다 촘촘한 관리시스템이 더욱 절실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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