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시장 '공인노무사 VS 변호사' 힘겨루기
근로자가 고소·고발하는 형태인 노동형사사건에 대한 수사는 근로감독관들이 맡는다. 특별사법경찰관 자격을 갖춘 이들은 기업 등 사용자 측의 노동관계법령 위반혐의를 조사한다.
진정사건도 정식 입건되면 형사사건으로 전환된다. 근로감독관은 진정사건이 접수되면 우선 사업장의 실무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한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대표 이사 등 사측을 피의자로 입건하게 되며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건이 그대로 검찰로 송치된다.
변호사 업계는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조사하는 과정에 공인노무사가 참여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때 변호인이 자리를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형사입건된 피의자를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며 공인노무사들의 수사 현장 참여는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공인노무사 업계는 "평소 관심도 없던 변호사들이 노동 법률시장까지 넘보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노동분야 특유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공인노무사들이 특화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인노무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부합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관계법령 위반 신고 사건은 34만 여건에 달한다. 그만큼 수임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개업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고 있는 변호사 업계와 1600명에 육박하는 개업 공인노무사 업계 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총력전은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조원대 시장 어쩌나, 비상 걸린 로펌업계
연간 1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는 세무 관련 서비스 시장에서 제외된 로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법무법인이 세무조정반 지정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세무조정반이란 48만여개의 기업들과 100만여만의 개인사업자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하는 세무조정계산서를 대신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정부는 세무조정반 지정 대상 자격을 △2인 이상의 세무사 △세무사 등록을 한 2인 이상의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법인 △회계법인으로 제한했다. 법무법인에 속하지 않은 개인 변호사만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전체 개업 변호사 1만8000여명 가운데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는 9000여명은 일단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현재로서는 법무법인이 세무조정반으로 지정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인 이름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도 법무법인을 탈퇴하지 않는 한 세무조정반 지정을 받을 수 없다.
로펌업계는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소송전(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을 통해 개정 시행령이 모법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입법이므로 무효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로펌 업계의 관계자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세무조정반으로 지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 역할과 기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격"이라며 "변호사법상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정부가 법무법인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입법재량을 넘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원래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시행규칙에 법무법인은 세무조정반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시행령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세무사회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세무사의 고유직무를 더욱 확고히 정착시키고 세무전문가로서 자존심도 지키게 됐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도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영역 다툼
변호사에 의한 부동산중개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공인중개사들이 반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영업을 시작한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은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차린 부동산 매물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회사다. 변호사들이 온라인에서 매물에 대한 현장 사진과 3D 동영상을 제공하고 권리분석 보고서까지 전할 수 있다. 오프라인도 병행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 원스톱 형태로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변호사가 직원과 함께 직접 방문해 자문하고 집도 꼼꼼히 살펴보도록 했으며 배상책임보험으로 사고발생시 문제해결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변호사 4명과 IT인력 7명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변호사의 경우 M&A 전문가인 공승배 대표를 비롯해 경력 변호사 2명과 최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신임 변호사 2명이다.
창업을 둘러싸고 진작부터 논란이 컸던 덕분인지 관심도는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등록을 신청해 심사를 통과한 매물 개수는 240여건에 달한다. 보수체계는 매매 2억5000만원과 전월세 3억원이상은 99만원, 그 이하는 45만원으로 두 단계로 단순화했다.
현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발끈하고 나선 상태다. 형사고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협회 관계자는 "트러스트의 위법 중개행위에 대해 형사고소 등 강력히 대처할 것이며,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변호사의 중개행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의 형사 고발 입장에 대해 트러스트 측은 보수체계가 다르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즉 중개법에 명시된 알선에 대한 비례 보수가 아닌 법무에 대한 고정 보수를 받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변호사도 실무수습 거쳐야 변리사 등록 가능
오는 7월부터 변호사가 변리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1년간의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변리사로 자동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임승차가 금지된다.
변리사는 주로 산업재산권 출원 대리, 산업재산권 분쟁에 관한 심판·소송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경영 상담·자문 등 지식재산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의 국내 출원업무는 내국인이 국내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이 국내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고객이 특허가 될 만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져오면 변리사는 특허 등 산업재산권 출원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고객 대신 특허청에 제출한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이공계 출신 변리사가 주류를 이룬다.
해외고객일 경우 번역 업무가 추가된다. 이 과정에도 고도의 기술적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변리사에게는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외국어 능력이 요구된다.
또 변리사는 특허 침해분쟁과 관련해 특허심판원·특허법원에 대한 심판과 소송을 대리하기도 한다.
자동으로 부여받은 변리사 자격을 갖고 있는 변호사의 대부분이 변리사를 업(業)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직업이 고도의 전문적 분야를 다루기 때문으로 업무가 쉽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개정된 변리사법의 최대 장점으로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이들의 변리사로서의 활동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꼽는 것도 이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12월 31일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 8176명 중 변리사시험을 통해 등록된 인원은 2762명(33.8%)이다. 반면, 변호사로서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부여 받아 등록된 인원은 4774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8.4%에 달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업해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397명에 불과하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앞으로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실무수습을 통해 변호사 출신 변리사가 업무 특성을 충분히 파악한다면 변리사 시험 통과자와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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