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스모그를 피하기 위해서다.”
베이징에 소재한 중국 명문 인민대에서 37년간 교수로 재임해 온 위궈밍(喻國明) 신문학원 부원장이 최근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지난(暨南)대로 옮겨가면서 자신의 SNS에 남긴 말이다.
위 부원장은 스모그에 시달리다가 깨끗한 공기를 찾아 나선 이른 바 '스모그 피난민'이다. 그는 지난 해 말부터 줄곧 SNS에 “스모그 때문에 베이징을 떠나야겠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했다고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전했다.
'베이징 토박이'인 위 교수조차 떠나게 만들 정도로 베이징의 스모그는 심각한 편이다. 베이징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지 오래다.
베이징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입자 크기가 2.5㎛(PM2.5)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80.6㎛/㎥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PM2.5 농도의 기준치인 25㎛/㎥보다 3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전국 평균의 2.3배 수준이다. 앞서 설 연휴기간엔 중국인들이 터뜨린 폭죽으로 베이징 PM2.5 농도가 급격히 상승, 한때 WHO 기준치의 28배인 700㎍/㎥에 육박했다.
스모그는 특히 건강에 치명적이다. 지난 달 중국의학과학원 암연구소의 천완칭(陳萬靑) 박사팀은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2015년 중국에서 하루 평균 2008명이 새로 폐암에 걸린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베이징내 폐암 사망자가 전체 사망 암 환자의 31.5%를 차지했다.
최근엔 스모그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듀크대 등 연구진은 공기 속 오염 물질이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대사증후군을 유발해 비만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베이징의 오염된 공기와 정화기를 통해 깨끗해진 공기 속에서 생활한 임신한 쥐들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베이징 당국도 스모그를 퇴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환경당국은 지난 22일 현재 25개인 시내 대기오염 관측소를 연내 두 배로 늘려 스모그에 적극 대응하고 인근 톈진, 허베이성 도시들과 공동으로 스모그 경보시스템도 발동하기로 했다. 이밖에 남부 외곽지역에서만 모두 2500개 영세오염기업을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시내를 관통하는 대규모 '바람길(通風廊道通)'도 만들기로 했다. 폭 500m 이상의 1급 바람길 5개, 폭 80m 이상의 2급 바람길 10여 개를 건설함으로써 바람이 원활하게 통하도록 하는 환기망을 만들어 스모그를 날려보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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