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정국, 여야 '강대강' 대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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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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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이 같이 말하고 장장 10시간 18분에 걸친 연설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짓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했다. 그러자 야당은 47년만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고, 국회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제 세간의 시선은 26일에 쏠려있다.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의 합의 하에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키로 한 시한인만큼, 마지노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날 토론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5시간 32분간 연설로, 지난 1964년 4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최장 연설 기록(5시간 19분)을 깼다. 새벽 2시 30분부터 단상에 오른 은 의원은 낮 12시 48분 연설을 마치면서, 지난 1969년 8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세웠던 최장기록(10시간 15분)도 경신했다.
 
야당은 법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에서 국가정보원의 통신감청과 금융정보 수집이 가능하게 돼 있는 부칙조항을 삭제하고, 추적조사권을 국정원장이 아닌 대테러센터로 이관하자는 주장이다. 국회 등 사후적 통제장치 마련도 주문했다. 민간인 사찰 우려 등을 불식시키고자, 국가정보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언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은 테러방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청, 도청 등 무차별적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인권을 유린하겠다는, 반헌법적 독소조항만 제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독소조항 배제를 위한 협상을 꾸준히 요청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우려가 과도하며, 선거용 '쇼'라고 비난하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국가도, 국민도, 안보도 없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정치쇼만 벌이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진영논리나 당리당략이 중요한 것인지, 그러면서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은 의원의 발언 도중 삿대질을 하며 "그런다고 공천 못받는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필리버스터 나오는 사람은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 아니냐"면서 "컷오프도 면하려고 하는 정쟁에 우리가 왜 말리나"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새누리당은 난국을 풀어갈 마땅한 방책이 없는 상태다.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국회법상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제출된 때부터 24시간 후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5분의 3 이상(180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되는데, 새누리당 의석(149명)으로는 부족하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필리버스터 정국은 전적으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더민주가 해결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을 최종 의결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26일 본회의에서 자연스레 필리버스터가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더민주는 선거구 획정을 쟁점법안 협상보다 우위에 뒀기 때문이다. 이미 재외국민 선거인명부 작성일(24일)을 넘기게 된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못하면 총선을 연기해야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근거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더민주도 고민이 깊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 일정은 선거를 향해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잘 고려하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2월 임시국회 종료일(3월 10일)까지 토론을 이어가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점도 26일 종료를 가늠하게 하는 요인이다. 현행법상 토론이 끝나거나 회기가 종료되는 즉시 법안은 표결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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