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컷오프(공천배제)'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야당에선 김종인표 물갈이에 따른 명단이 발표되면서 탈당 등 후폭풍이 시작됐다. 여당에서도 이른바 '살생부'가 나도는 등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예고된 칼춤 앞에서 긴장이 흐르고 있다.
25일 더민주의 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홍의락 의원은 "당이 대구를 버렸다"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TK(대구· 경북) 출신인 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 북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더민주에서 공개된 하위 20% 현역 의원은 10명(탈당자 제외)으로 문희상(5선), 신계륜(4선) 의원과 3선의 노영민· 유인태 의원, 초선에 송호창· 전정희 의원이 포함됐다. 비례대표로는 홍 의원을 비롯해 김현· 백군기· 임수경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홍 의원은 "이의신청은 의미가 없다, 즉시 탈당 절차를 밟겠다"면서 "무소속 후보로서 대구 정치의 균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홍 의원을 보듬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에 대한 당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홍 의원은 험지 중 험지라는 대구에 출마한 예비후보로, 그 자체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홍 의원에게 사과하고 당 지도부가 직접 홍 의원의 복당을 요청하라"면서 "저의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희상 의원과 송호창 의원도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전정희 의원과 김현 의원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게다가 더민주는 이날 광주 서을과 북갑 등 2곳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을은 현재 국민의당 대표인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이고, 북갑은 강기정 의원(3선)의 지역구다. 곧, 강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다.
이에 강 의원은 짤막한 입장 자료를 통해 "탈당 분당의 광풍 속에서도 당을 외로이 지켜냈다"면서 "더민주는 시스템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고만 밝혔다.
더민주 내 공천 칼바람은 이제 시작이다. 3선 이상 중진급 현역에 대해선 촘촘한 현미경 심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은 이를 뒷받침한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광주 그린카진흥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당헌당규상 일단 결정난 것을 취소하는 말은 할 수 없다"며 컷오프 취소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강 의원의 공천 배제에 대해선 "공관위에서 어떤 인물이 경쟁력이 있고 당선 가능성이 잇는지 엄격히 조사하고 있다"면서 "공관위 판단이 그렇게 나와 발표를 했을 것"이라고 공관위의 결정을 존중했다.
새누리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밝힌 우선추천지역 적용 방침과 부적격자 심사를 두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우려 탓에 긴장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이 친박(친박근혜)계 중진급 일부를 컷오프 명단에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박(비박근혜)계 물갈이를 위해, 측근을 잘라 명분을 세울 것이란 예상이다. H의원과 S의원과 K의원 등 실명도 거론됐다.
당내에선 TK지역에서 1차 물갈이를 통해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불리는 청와대와 정부 출신 인사들로 채우고, 이후 여타 지역까지 이를 확대하는 공천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온다. 계파 갈등은 면접이 시작되며 잠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8일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공천룰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후, 회의마다 모두발언을 하지 않는다. 대표실 백드롭(배경막)에 새겨져 있던 '개혁'이란 메시지도 사라졌다.
친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백보드에 '개혁'을 떼고 붙이고, '혁신'을 떼고 붙이고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며 "속으로는 내 빵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하는 것 아닌가), 신뢰를 줘야 할 집권여당에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인 우리가 더 절박한 모습으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8일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공천룰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후, 회의마다 모두발언을 하지 않는다. 대표실 백드롭(배경막)에 새겨져 있던 '개혁'이란 메시지도 사라졌다.
친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백보드에 '개혁'을 떼고 붙이고, '혁신'을 떼고 붙이고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며 "속으로는 내 빵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하는 것 아닌가), 신뢰를 줘야 할 집권여당에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인 우리가 더 절박한 모습으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관위는 지역별 면접이 마무리하고 29일경부터 부적격자 심사에 들어간다. '솎아내기 작업'이 끝나는 3월 첫째 주면 컷오프 명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태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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