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해 10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한 제보 전화에서 “안타까운 사건이죠, 제가 마음 속에 계속 갖고 살다가 만약에 범인들이 아직도 활개치고 있다면 잡아야 될 것이고 제 핵심은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거”라고 말했다.
지난 1998년 6월 14일 신사동 ‘S 단란주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잔인했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지문, 족적, 혈흔이 발견됐고 심지어 목격자까지 있었지만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게 18년의 세월이 흘러 공소시효는 끝이 났지만 피해자 가족들과 생존자 최 씨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형사들 역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처럼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1998년 6월, 그 날 밤은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고 강남 거리는 정지된 듯 고요했다. 새벽 2시, 택시기사 한 씨는 손님을 찾아 한적한 신사동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올 법한 주점들의 입구를 유심히 살피던 한씨, 그때였다!
하의가 벗겨진 채 피를 철철 흘리는 여성(최 씨)을 발견한 한 씨는 급히 차를 멈췄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112번호를 눌렀고 곧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하에 위치한 ‘S’ 단란주점,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역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깜깜한 주점 안, 조심스레 실내의 불을 켜자 눈 앞에 끔찍한 광경이 드러났다. 1번방에서 발견된 세 남녀의 처참한 시신! 여주인 이 씨와 그녀의 지인이었던 택시기사 고씨, 그리고 손님으로 왔던 김 여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범인들 세 명이 사람을 살해하는 방법도 너무나 잔인해요. 간단히 살해한 것도 아니고 사람을 갖다가 자근자근(죽였어요)”라고 말했다.
베테랑 형사들조차도 할 말을 잃게 만든 현장의 모습! 택시기사 고 씨의 몸에는 열일곱 군데나 칼로 찔리고 베인 흔적이 발견됐다. 여주인 이씨 역시 허벅지와 등이 깊게 찔린 것은 물론, 입 가장자리에는 칼로 찢겨 13cm나 되는 상처가 남아있었다.
반면, 목이 반쯤 잘려 사망한 김 여인의 이마에는 발로 짓밟힌 듯, 선명한 신발 자국이 나있었다. 범인은 한 명이 아닌 세 명! 과연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범인들은 누구일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무엇보다도 유일한 생존자인 최 씨를 만나고 싶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최 씨! 어렵게 연락이 닿은 그녀는 우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생존자 최 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는 내가 들었어요. 저기.. 직장을 누가 하나 잘렸나 봐. 잘렸는지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가 뭐.. 잘려서 스트레스 받아서 술 먹었다나”라고 말했다.
처음 범행이 일어났을 때 경찰은 금품을 목적으로 한 강도의 소행일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범인들이 남긴 피해자의 귀중품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어떤 원한에 의한 범죄는 아니었을까?
경찰은 피해자들의 주변인들을 샅샅이 수사했지만 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방송을 통해 공개수사를 벌이며, 100통이 넘는 전화 제보도 받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90년대부터 2000년 후반까지 범죄리스트를 검토, 현재의 새로운 수사기법, 첨단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인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 봤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범행이 당시 사회상과 연결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고 지적하는데..과연 그들이 이토록 잔혹하게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건을 다시 재추적해보고자 한다. 27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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