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UFC 메인 이벤트 경기로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와 마이클 비스핑이 맞붙었지만 경기 이후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결과는 실바의 0-3 판정패였다.
1년 만에 UFC 무대에 가까스로 복귀한 실바가 미들급 챔피언 탈환을 노리며 비스핑을 꺾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그는 이제 퇴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한때 미들급 정상의 자리를 군림했던 전설이 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크리스 와이드먼이라는 새 강자의 등장으로 미들급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실바가 이렇게 쉽게 경기에서 무너질 수가 있냐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와이드먼과 경기가 한 차례 더 진행됐다. 하지만 경기 이후 실력의 차이는 극명했다. 실바는 당시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심한 골절상으로 UFC 무대를 영영 떠날 수도 있다는 여론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우려를 딛고 부활했다. 지난해 2월 닉 디아즈를 상대로 통쾌한 판정승을 거두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약물 검사에서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이 나와 징계를 받았다.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내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이자 실바의 골수 팬이라는 김모 씨는 "그동안 실바를 오랜 팬이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기 이후 패배한 선수 곁에 먼저 다가가 그들을 위로하는 진정한 운동 선수의 정신을 지닌 실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경기에 이겼을 때와 약자들에게 관대한 모습을 드러냈다"며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게 비쳐졌고 지난 경기였던 닉 디아즈 경기에서의 약물 복용은 '그렇게 이기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 대한 실망감이 하늘을 찔렀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실바는 격투기 팬들에게 한때 미들급 챔피언었다는 사실과 최근 모습에 실망감이 컸지만 그래도 '나는 실바의 영원한 팬'이라는 두 부류의 평가로 나뉠 것이다. 이날 실바는 판정패 이후 무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까지 와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오랜만에 이곳에 와서 행복했고 브라질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아쉬움이 섞인 경기 소감을 밝혔다.
국내 격투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바가 비스핑과의 경기에 나서기 전에 '미들급 챔피언'을 목표로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은퇴 수순까지는 밟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팬들의 반응이 실바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만큼 그 자신 또한 생각이 많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실바를 보면 이러한 말도 허망하다. 때가 늦었다는 의미다. 75년생인 실바는 한국 나이로 42살이다. 한때 미들급을 거쳐 라이트헤비급의 강자로 군림했던 댄 헨더슨이 70년생인 것을 감안할 때 실바는 이번 경기에 패배의 쓴 맛을 봤지만 아직까지는 미들급에서 충분히 뛸 수 있는 체력과 나이를 지녔다.
어쩌면 몇 달 후 안방에서 실바의 새 경기를 시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미들급 전설'이었으며, 팬들은 그런 모습을 실바에게 기대해왔고 앞으로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날 시기를 놓쳤다면 '박수가 나오지 않을 때' 빨리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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