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백현철 기자 = 전세난에 따라 싼 매물을 찾아 거주지역을 떠나는 ‘전세 노마드(유랑자)’ 현상이 서울 강남권 중산층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강남권에 재건축 이주수요가 급증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까지 찾기가 힘들어지자 서울 내 다른 지역이나 경기 등으로 보금자리를 찾아 짐을 싸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수요는 약 1만3000가구에 달한다. <관련기사 3면>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1970가구)’은 올 초 이주를 시작해 이미 40%가량 이주를 마쳤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와 서초구 잠원동 ‘한신18·24차(440가구)’도 이주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고덕주공7단지(890가구)’와 ‘삼호가든3차(424가구)’, ‘고덕주공5단지(890가구)’, ‘우성1차(786가구)’ 등도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이주에 들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1%대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선호로 심화된 전세난에 강남권 이주수요가 더해지면서 다소 금전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마저 해당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점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G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개포시영 이주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인 수요자들은 인근 개포주공1단지와 포이동, 대치동 내 아파트나 빌라 등으로 이주를 마쳤다”며 “그러나 전세수요가 급증해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이주자들은 가까운 수원이나 성남, 하남 등으로 저렴한 전세를 찾아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포시영과 인접한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6㎡의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말 2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2월에는 2억6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주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전셋값이 2000만원 뛴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세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것이 공인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전세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순수 월세보다는 일정 부분 월세를 내더라도 전세를 유지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강남권의 반전세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송파구(63.4%)와 서초구(58.0%), 강남구(57.7%) 등 강남권의 아파트 월세거래 가운데 반전세 비중은 서울 평균(52.7%)보다도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2차’ 단지 인근에 위치한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치쌍용 1차와 2차를 합쳐 약 1000가구 가까이 되는데 전세매물은 많아야 2~3개에 불과하다”며 “최근에는 월세보다도 반전세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아 집주인을 설득해 반전세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