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백현철 기자 = #.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에 거주하던 방모(58)씨는 올 초 이주시기에 맞춰 인근 전세매물을 찾다 깜작 놀랐다. 앞서 다른 이주자들이 몰리는 통에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매물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올해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수준이어서 방씨는 결국 분당 소재 아파트로 전셋집을 구했다. 방씨와 같은 동에 살던 차모(44·여)씨는 대치동 소재 다세대주택 반전세를 가까스로 얻었다.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의 증가로 강남권에서 서울 내 다른 지역이나 경기 등 외곽지역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전세 노마드(유목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전세 노마드 현상이 기존과 다른 점은 여윳돈이 있는 강남 부유층까지 이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전세난에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은 물론 인근 수도권 지역까지 전세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 총 1970가구 가운데 현재까지 40%가량이 이주를 마쳤다.
개포동 주변 공인중개업소들은 개포시영 이주 수요 가운데 절반은 인근에서 자리를 잡았으나, 나머지 절반 정도는 서울 강북권과 경기도 하남·성남 등으로 생활권을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이수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돼 다소 웃돈을 주고도 인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일부 강남 부유층은 강북권에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교통이 편리한 분당과 판교 등에 전셋집을 구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순유출된 인구는 총 6854명이었다. 반면, 경기는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은 9190명이 순유입됐다.
이처럼 경기로 유입된 인구 가운데 상당수는 강남권 이주자로, 경기 주요 도시의 전셋값을 끌어 올리는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5억원 수준이었던 성남 삼평동 봇들마을 2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지난달 6000만원 가량 오른 5억6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더 큰 문제는 강남권 이주 수요가 몰리는 올 하반기다. 올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수요는 약 1만3000가구로,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쏟아진 전세 이주 수요가 서울 내 다른 지역 및 수도권의 전세난을 부추겨 외곽 거주민들이 또 다시 밀려 나가는 ‘신(新) 전세 노마드’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에서 이주수요가 대거 쏟아져 나오면 인근인 광진구나 성동구, 동작구는 물론 하남과 구리, 남양주 등까지 심각한 전세난이 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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