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게이트웨이(Gateway)’
도시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여행자는 게이트웨이를 통해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하고, 그 안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을 갖는다.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72)은 세종시 방축천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게이트웨이를 형상화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버드 건축대학원 졸업, UCLA 건축학과 교수, 세계적 건축사무소 모포시스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축문화 부문 최고자문위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등 이른바 스펙상으로 명실상부 세계최고 건축가인 톰 메인의 건축철학을 들을 기회가 최근에 있었다.
세종시 1-5구역 P1블록 복합개발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으며 한국과 다시 인연이 닿은 그가 지난달 17일 설계 마무리 단계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의 시행사인 휴가건축의 김광호 대표를 통해 삼성동 파크하야트 호텔에서 약 두 시간 가량 그를 만났다.
한 때 건축학도를 꿈꿨던 기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건축물을 설계를 하는 지가 궁금했다. 뉴욕 맨해튼의 쿠퍼 유니온 빌딩, 토론토 대학교 도서관 건물, 캘리포니아 주정부 교통국 본사 건물(프리츠커상 수상작) 등 독창적인 건축설계로 유명한 그의 건축철학은 의외로 단순했다. 기자가 결론지은 그의 디자인 철학은 ‘독창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의 작품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한가지 수식어를 붙이자면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이다.
그는 이번에 설계를 맡은 P1 블록 빌딩(아직 빌딩 이름은 미정이다)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게이트웨이를 통해 들어오며 기대를 갖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뒤, 20년 뒤 미래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도 이 건축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도 했다. P1블록 빌딩은 거대한 게이트웨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하나의 브리지가 단지 전체를 관통하도록 했다.
거대한 계획도시인 세종시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했다. 그는 세종시를 처음봤을 때 정부청사의 건축적인 요소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톰 메인은 이에 대해 “(세종청사는) 인공위성에도 나오는 건축물이다. 르 코르뷔제가 설계한 인도 샹디가르의 행정청사에 필적할만한 건축물이다”고 칭찬했다. 이어 “세종시는 행정중심 계획도시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에 맡은 P1 프로젝트는 정부청사의 지붕이 브리지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것처럼 세 개의 메인 빌딩 지붕이 브리지로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세종시의 전체적인 정체성이 건축물을 통해 구현되도록 한 배려다.
세종시에 대한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세종시에서 여러가지 건축 프로젝트가 잇따라 진행이 되는 데 캐릭터가 없는 건축물들이 나열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상업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획일화되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건축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인터뷰 이후 세부 설계에 대한 자문을 할 때 톰 메인이 출입구의 위치와 방식 등 세세한 곳까지 건축주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P1 복합빌딩의 상업·업무시설이 곧 분양에 들어가는 데 다른 해외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분양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김광호 휴가건설 대표는 이와 관련,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수급 관리를 위해 상업·업무시설의 공급시기를 순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톰 메인은 이화여대 앞 선타워 빌딩, 신촌역 오피스텔, 마곡 연구개발(R&D) 단지 등 그동안한국에서 7개의 프로젝트에 손을 댔다. 모포시스를 이끌어가는 주요 파트너 가운데 2명도 한국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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