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해외진출 의지는 있지만 마케팅비용이 부담돼 망설이고 있던 중소시계제조사 A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지원으로 홍보영상을 제작한 뒤 국내 대형 홈쇼핑업체 B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A사는 B사의 현지방송이 시작된 지 2일 만에 계획한 수출물량을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고, 동일한 방법으로 베트남에도 진출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8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A사는 이제 태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소가전제조사인 C사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중국시장 진출에 애로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대기업 D사의 부스 안에 C사의 부스를 설치하는 부스인부스(Booth-in-Booth) 방식의 수출상담회에 참가해 D사의 브랜드를 보고 찾아온 현지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C사는 연간 15만~20만 달러의 거래룰 유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일 발표한 ‘대·중소기업 협력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전통적으로 애로를 겪는 자금, 기술, 판로 등 3대 부문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부문을 보면 하도급거래에서 원사업자가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 2012년 47.6%에서 2013년 47.8%, 2014년 51.7%로 증가해 수급업자의 자금 확보 부담이 낮아졌다. 부실어음으로 인한 연쇄부도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전자어음은 2014년 발행건수가 187만여 건으로 종이어음의 지급제시건수 107만여 건을 앞질러 기업간 거래안정성도 높아졌다.
대·중소기업의 기술협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제조업체가 외부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나설 때 대기업과 협력하는 비율이 2012년 16.1%, 2013년 16.2%, 2014년 23.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판로난 해소에 대기업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해외동반진출 규모는 수출계약액 기준으로 2012년 2100만 달러에서 2014년 1억8100만 달러로 2년 새 9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업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제고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꼽았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내 동반성장 전담조직 설치, 협력사 지원 확대, 협력사와의 소통강화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2015 동반성장백서’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으로 200대 기업의 73.0%가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설치해 운영 중이고, 30대 그룹은 판매․구매, 생산성, 연구개발(R&D), 보증·대출, 해외판로, 인력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를 지원해 2014년 지원규모가 총 1조 684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고, 2011년부터 4년간 연평균 3.2%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도 동반성장 정책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3년 단위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실효성 확보를 위해 매년 시행계획을 발표․점검하고 있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중소기업의 고질적 애로를 기업간 협력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생태계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추세에 비추어 다행스런 일이다. 무엇보다 대·중소기업 협력이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의 경영성과에도 유익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므로 성공사례의 공유와 제도적 인프라의 확충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5년부터 체계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대·중소상생협력 정책과 기업의 참여노력이 햇수로 올해 만 10년이 넘었다면서, 앞으로 기업간 협력을 심화․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납품대금의 현금성결제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 확대를 제안했다. 기업구매자금대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현금성결제는 현금과 유사하면서 어음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기업들의 활용비율이 계속 늘어났으나, 2013년말 세제지원 일몰 등의 영향으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다행히 올해부터 현금성결제 금액의 0.1~0.2%를 세액공제해 주는 제도가 부활되기는 했지만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려면 현재 중소기업간 거래로 한정돼 있는 적용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간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이전·취득·대여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만, 기술취득 및 기술대여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에 한정해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보고서는 현재 무역보험공사에서 대기업인 종합상사와 전문무역상사가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하면 보험료의 25%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신흥시장 개척의 경우에는 기업이 부담해야할 리스크 등을 고려헤 보다 높은 할인율로 판로개척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추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정책과 기업의 자발적 노력의 결실로 기업간 협력분위기가 성숙되어가고 있어 고무적”이라면서 “시장에 대·중소기업 파트너십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현금성결제 세액공제 대상 확대, 기술협력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대·중소기업 해외시장 동반진출 지원 확대 등 그동안 추진해온 제도를 지속 보완하고 확대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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