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이제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삼식이 아니예요~"
양천구 목동보건지소에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면 백발의 어르신들이 줄지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특이한 점은 모두 남성에다가 곧장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바로 '집밥 노(老)선생'이라 불리는 어르신이다.
양천구(구청장 김수영)가 오직 65세 이상 남성 어르신들만이 참여토록 마련한 '행복한 인생 2막, 시니어 영양교실'이 관심을 끈다. 지난 26일 시작해 내달 15일까지 계속되는 이색 요리교실은 지난해 11월 1기를 거치며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20명 남짓 어르신들은 어딘가 서툴지만 재료를 다듬고 볶으며 자신들만의 요리에 집중한다.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열정 만큼은 무척이나 뜨겁다. 주방이 익숙하지 않은 남성 어르신들이 스스로 식생활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2기에서는 1기보다 두 배가 늘어난 총 8회의 수업이 진행된다. 메뉴는 더욱 풍성해졌다. 콩가루 냉이된장국, 돌나물 사과무침, 달래오이무침, 봄나물 모둠전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한 음식은 기본이다. 여기에 떡잡채, 찜닭, 버섯불고기전골, 오징어콩나물볶음 등 한상차림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먹을거리를 배우게 된다.
아울러 당일 쓰여진 재료들의 식품군과 영양소에 대해 알아보는 건강식생활교육도 준비된다. '바르게 알고, 골고루 챙겨먹자'는 취지다.
특히 영양교실에 참가한 어르신들의 사연도 다채롭다. 외식이 지겨워 집 밥을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다는 82세 할아버지, 평생 반려자라 여겼던 할머니가 먼저 떠나버린 뒤 허전함을 채우려 용기를 내 도전한 65세 어르신도 있다.
양천구는 요리교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연대회도 계획 중이다. 또 시니어 영양교실이 끝나는 대로 손주를 돌보는 '할마, 할빠'들을 위한 이유식 교실을 열 예정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요리란 매개체를 통해 노년의 이웃들이 서로에게 위로되고 친구가 되고 있는 듯 싶다"며 "어르신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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