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도 다른 재판 받을 때 사복 입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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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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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법무부는 수형자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재판을 받을 때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작년 12월 수형자의 사복 착용을 금지한 형집행법 88조를 '헌법 불합치'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수형자는 징역·금고·구류가 확정됐거나 벌금 등을 내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자를 말한다.

현행 형집행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미결수에 대해 재판·수사 때 사복 착용을 허용하고 변호인 접견이나 서신을 주고받는 데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수형자는 미결수와 똑같이 변호인 접견이나 서신 교환은 허용하면서도 유독 사복 착용 만큼은 불허해왔다.

수형자도 다른 형사사건 재판에서는 미결수와 동등하게 봐야 하기 때문에 복장 차별은 불합리하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다.

헌재는 "사복 착용 금지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 속에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수형자·미결수의 법정 복장은 사법인권의 진보와 궤를 같이한다.

미결수도 처음부터 법정에서 사복이 허용됐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미결수 사복 착용 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 심판이 청구되자 1999년 4월 이를 허용하는 지침을 마련해 시행했다.

헌재는 한 달 뒤 구속 피의자 등 미결수에 대한 사복 불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배치되고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1980년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에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의 권리가 삽입된 지 19년 만이었다.

수형자든, 미결수든 법정에 선 피고인은 자신의 복장이 행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수의가 검사나 판사에게 유죄라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당사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과 더불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복 착용 결정의 판단 근거로 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고무신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형 집행 실효성 등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사법부 판단이다.
상습공갈 혐의로 구속된 A씨는 2011년 7월 재판 당일 구치소에 들어오기 전 입었던 양복과 구두를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치소 측은 규정상 양복 착용을 허용하면서 구두는 법정대기실까지만 신도록 했다. A씨는 법정에 들어갈 때 고무신으로 갈아신어야 했다. A씨는 인격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이 구두를 신으면 도망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교도관이 미결수의 사복 착용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게 법원 판례다. 현행법은 미결수가 재판에 참석할 때 자비 부담으로 사복 착용을 요청할 수 있다고만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법부가 미결수·수형자에 모두 법정에서의 사복 착용을 허용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정본부가 국내 5개 교정기관을 표본 조사한 결과, 출정인원 대비 수용자 사복착용 비율은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수용자들이 사건 담당 검사나 판사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사복 착용을 기피하는 심리적 요인도 분명히 있다"며 "형집행법 개정이 당장 수형자의 사복 착용 증가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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