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되풀이되는 은행권 권유 위험상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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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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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류태웅 기자 =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고위험 상품을 적극 권유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 주력 판매 상품인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담은 주가연계증권(ELS)이 연초부터 대규모 손실 구간에 돌입했다. 

H지수가 2015년 5월 최고점인 1만4962.74에서 최근 7500선으로 반토막 나면서 금융당국 추산 약 4조원대에 이르는 ELS 물량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ELS는 지수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이후 만기까지 일정 수준을 회복하지 않으면 하락폭만큼 원금 손실을 입는 상품이다.

비슷한 이유로 원유·금·은 등 원자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도 무더기 손실구간에 들어선 상황이다. 기초자산인 브렌트유는 2013년 2월 배럴당 120달러 안팎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 30달러선까지 밀렸다. 은 가격 역시 최근 온스당 15달러 남짓으로 3년 전 30달러 대비 크게 위축됐다.

2008년 해외펀드 폭락 사태 역시 금융사들의 부분별한 판매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본 사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환율 폭등까지 겹치면서 반토막 펀드가 속출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해외주식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50%에 달했다. 당시 국내주식펀드와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저조한 실적이다. 특히 2007년만 해도 6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던 중국펀드가 2008년 들어 1년새 55% 넘게 추락했다. 다른 브릭스 국가인 인도, 러시아, 브라질펀드도 절반 넘게 폭락했다. 특히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깡통펀드까지 속출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007년 펀드 붐이 일어나면서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는데 이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펀드와 같은 역외펀드의 수익률이 반토막난 데다 환차손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키코사태 역시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 상품을 팔아서 생긴 결과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2005년부터 2008년초까지 환차손을 상쇄할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2010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키코 피해기업은 738개사, 피해 금액은 3조2247억원에 달했다.

계약 당시 환율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였다. 2005년 연평균 환율은 1024원, 2006년 955원, 2007년 929원선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환율이 한때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수출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펼친 고환율 정책이 되레 키코 피해를 키운 셈이다.

이에 기업들은 키코가 기업에는 이익이 제한되고 손실이 무한대로 발생하는 반면 은행은 수수료 등을 통해 차익을 보전받도록 설계된 불공정 계약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옛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이 부실 계열사 회사채 및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해 4만여명에 피해자에게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힌 사례도 있다.

피해자 규모는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가장 많고, 피해액은 역대 최대규모다. 이를 주도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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