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의 빅딜을 통해 화학, 방산사업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은 실용주의로 비춰졌지만, 과도하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정반대 모습이 보인다. 이 부회장이 적자가 심한 삼성엔지니어링의 회생 노력을 보이는 것은 책임경영 외에 다른 의미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지배적인 평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일 이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장 시작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자사주 302만4038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9일 자본 전액잠식으로, 거래소에 의해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상장폐지기준 해소를 입증하기 전까지 거래 정지는 풀리지 않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자본 전액잠식은 그룹사에서 유례가 없는 경우”라며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의지로, 부실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상장폐지 후 부실을 줄이는 등 다른 방법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책임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안이 무산되고,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삼성엔지니어링도 매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조454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이 심화돼 매각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였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사재를 투입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경영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 이슈와도 거리가 멀어, 이번 조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쪽으로 평가가 집중된다.
이 부회장은 연초에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현장을 방문해 실적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등 현안을 직접 챙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손실을 축소하며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1조26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성공했다. 올해 원가개선과 수익성 위주 수주전략을 추진해 실적개선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안도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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