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김종인발(發) 야권 통합을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민의당에 통합을 공식 제안한 이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선 통합·연대 논의가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양당 간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선거 연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여당에 유리한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 더민주 "통합 제안…최소한 연대는 가능하지 않겠나"
김 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연대라는 것은 당 대 당 연대보다도 선거에서 지역별로 표차가 뚜렷하게 나타날 때 그 과정에서 후보자 간 필요성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며 "연대를 당 차원에서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별 후보자 간 야권 연대'에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야권 연대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가능만하다면 당 대 당 통합으로 가는 게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그것이 안 되도 최소한 수도권에서 지역 후보자 간 연대하는, 낮은 차원에서의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김 대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 내에선 두 당에서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통합이든, 연대든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이 출마 후보자가 확정된 다음 통합 논의를 할 경우 혼란과 진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병두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은) 시간상으로 촉박한 느낌이 든다"며 "연대의 경우, 서울은 75%, 경기 60%, 인천 95% 정도 양당이 중복 출마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양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보를) 조정해볼 수 있고, 양당 후보가 확정된 다음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돈 빠진 국민의당…"후보자 간 연대 막기 어려울 것"
공은 국민의당에 넘어왔다. 국민의당의 선택에 따라 4·13 총선을 1대 1구도로 치를 수도 있게 된다. 국민의당 내에선 천 대표와 박 의원이 야권 연대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과반수를 저지하는 것이 우리의 지상목표"라고 했고, 전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박지원 의원도 "야권 통합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해 야권 통합 논의에 힘을 보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의당이 통합은 어렵더라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호남은 이미 후보들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고 안 대표와 호남 일부 의원들이 통합·연대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당 의원 관계자는 "연대는 새누리당과의 경쟁력 때문에 하는 것인데 호남은 새누리당의 영향력이 적고 야권끼리의 싸움이기 때문에 연대할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연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 "선거 때만 되면 연대…'위장이혼' 인증"
새누리당은 분열했다가 '선거를 위한 연대'를 반복하는 야당의 행태를 꼬집어 '선거보조금 노린 위장이혼', '습관성 정치쇼'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겨냥해 "불과 얼마 전까지 독설 퍼붓던 분들이 선거를 위해서만 뭉친다면 야권분열 연대를 염두로 선거보조금을 노린 위장이혼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도 "선거가 가까워오자 야당의 정치연극이 진부한 레퍼토리를 스스로 인증하며 결국 막장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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