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2014년 12월부터 진실공방을 펼쳐온 박현정(54·여)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성추행 의혹이 결국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경찰은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이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의 조작극이며, 이 사건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68·여)씨가 연루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또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정 전 감독 부인 구씨는 외국에 체류 중인 관계로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사건은 박 전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폭언을 가하고 성추행을 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박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서울시향 사무실 등을 3차례 압수수색하고 시향 직원 33명을 총 85차례 조사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치면서 2014년 12월2일 시향 직원 10명이 호소문을 통해 주장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인사 전횡 △폭언 및 성희롱 등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사건의 핵심 쟁점인 2013년 9월 서울시향 회식 자리의 박 전 대표 성추행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했다. 회식 참석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니 성추행 상황이 없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로 지목된 직원 곽모(40)씨가 진술한 당시 상황에 일관성이 없고 목격자인 시향 직원 2명도 진술이 엇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 경찰은 인사담당자를 조사하고 자료를 검토한 결과 박 전 대표가 지인 제자 채용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지인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한 사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에 관해서도 피의자들 외 나머지 대다수 직원은 폭언이 없다는 쪽으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구씨가 정 전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와 2014년 10월부터 작년 2월까지 총 600여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부 시향 직원들의 호소문 유포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조사결과 구씨와 백씨는 박 전 대표의 퇴진 문제, 정 전 감독의 서울시 증인 출석문제, 정 전 감독의 재계약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는 시향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신분이지만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성추행 등 허위 사실이 담긴 호소문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고 본다"며 "구씨에 대해서는 4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고, 아무런 회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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