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부산대 설선혜 교수를 비롯해 스위스 취리히대 사회·신경시스템 연구소 소속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릿 하인(Grit Hein) 박사와 에른스트 페어(Ernst Fehr) 교수·요스케 모리시마(Yosuke Morishima) 박사·수잔 라이버그(Susanne Leiberg) 박사 등이 함께 한 국제 공동연구팀의 연구 성과로, 도움 행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 간의 상호작용 패턴을 분석해 숨겨진 동기를 예측해낼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됐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motive)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 기존의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뇌 과학 연구들은 흔히 그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이 어느 부위인지 확인하고 그 영역들의 활성화 정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된 행동 이면에 숨겨진 동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었다.
단순히 행동을 관찰하거나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진짜 동기를 밝히기가 어렵다. 동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본인도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잘 모르거나 솔직하게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남을 돕는 핵심적인 동기로 공감과 상호성을 꼽는데,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는 남을 돕는 동기가 둘 중 무엇 때문인지 알아내기 어렵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스위스 성인 여성 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도움 행동에 관여하는 여러 뇌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이 타인을 돕는 동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뇌 연결성 패턴을 통해 숨겨진 동기를 읽어낼 수 있음을 밝혔다.
이 연구에서 도움 행동의 동기는 기존 연구들에서 흔히 사용하는 행동 관찰이나 단순한 뇌의 활성화 비교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진은 피실험자 34명이 뇌의 활성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활용, 각기 다른 도움 행동의 동기를 유발하는 조건(공감조건-상호성 조건)이 주어질 때마다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화면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돈을 나눠주는 결정과 도움 행위를 하게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피실험자들이 보이는 서로 다른 뇌 영역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분석하는 통계모형인 DCM(Dynamic Causal Modeling)기법을 이용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러 뇌 영역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패턴이 동기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일부 참가자들의 뇌 연결성 패턴을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에 학습시킨 뒤, 다른 새로운 실험 참가자의 뇌 연결성 패턴 정보만 입력하면 이 참가자의 이타적 행위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눈길을 끄는 연구결과로는 이타성의 개인적 차이에 따라 공감과 상호성이 도움 행동을 증가시키는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즉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실험실 상황에서 '공감'을 증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면 도움 행동이 증가했지만, '상호성' 동기를 부여할 경우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반면, 이타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상호성 동기를 유발했을 때에 도움 행동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선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연결성 패턴을 통해 사회적 행동의 숨겨진 동기를 읽어내고 예측할 수 있음을 보인 학계 최초의 연구로, 지금까지 자기보고나 관찰된 행동에만 주로 의존해 제한적이었던 인간의 동기에 대한 이해를 크게 확장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이타적 동기의 신경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새로운 틀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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