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불던 광풍이 부동산 시장에서 몰아닥친듯 하다. 중국 부동산 신용 버블 붕괴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선전·상하이· 베이징 등 1선 도시에서는 신규주택 분양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나는 '르광판(日光盤)'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분양시장에는 한동안 뜸했던 밤샘 줄서기 행렬이 다시 나타나고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위장이혼도 늘었다.
광풍의 시작은 선전이다. 고삐가 풀린 선전 집값은 지난 한해 50% 이상 뛰며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선전 집값은 지난 2월 한달에만 평균 5.4% 뛰며 18개월 연속 전달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전시 평균 집값은 현재 ㎡당 5만 위안(약 930만원)에 육박한다.
선전시 부동산 시장 열기는 상하이·베이징 등 다른 1선 도시에도 옮겨붙고 있다. 중위안부동산에 따르면 2월 상하이 중고주택 가격은 한 달새 7.9% 뛰었다. 한달 상승폭으로는 중국 부동산 광풍이 불었을 당시인 2005년 3월 이후 10년래 최고치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럽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정부가 잇달아 금리·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가뜩이나 실물경제는 침체돼있고 주식시장도 불안한 가운데 시중의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 중국 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주택대출 계약금 비율을 최저 20%까지 낮추고 부동산 취득세와 영업세도 인하한 것도 주택 구매수요를 키웠다.
하지만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세력까지 가담해 너도나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며 문제가 됐다. 일부 부동산중개소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대출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민간 신용자금까지 끌어다 대주면서 부동산 신용 거품 위기도 커졌다.
게다가 미분양 물량에 골머리를 앓는 일부 지방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 면제는 물론 현금 보조금에 주택대출 계약금 비율 최저 0%까지 낮추는 등의 '비이성적' 조치까지 동원해 주택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 랴오닝성 선양시는 소득이 불안정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주택대출 계약금 없이 100%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도록 허용했다가 논란이 일자 중단했다. 중국내 저명한 경제학자 마광위안(馬光遠)은 이를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라고 칭하며 집값 하락시 대규모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을 비이성적 과열로 규정하고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마구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다 2년간의 고통을 치르고 있는 증시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1선도시의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 속에 억제되지 않는 부채 증가는 금융시스템에 그만큼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재경일보도 3일 “부동산 투기 시장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2일 '1선 도시 주택가격의 비정상적 상승에 경계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주요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심상치 않은 폭등세를 보이는 데 대해 다양한 정책적 수단 등으로 투기성 자금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충언(白重恩)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최근 항저우에서 열린 인민은행과 미 연방준비은행과 공동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금융완화적인 정책으로 투자자들이 부동산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버블이 형성될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해말 중국 주택시장규모는 140조 위안(약 2.64경원)으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중국 주택구매자 대부분이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집값 폭락시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지난해 주식시장 폭락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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