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열전, 우리는 맞수-10] '비금융 출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vs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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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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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hyogoncap@]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생명보험업계 1, 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CEO는 모두 금융권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 금융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역시 1979년 한화기계에 입사하며 한화그룹에 몸을 담았다.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 보험이라는 공통 분모를 시작으로 업계 최대 규모의 생보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 '해외 영업통' 김창수 사장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물산 감사팀장, 인사담당 상무, 기계플랜트 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약 30여년을 삼성물산에 몸바쳐 온 그는 '영업통', 그것도 '해외 영업통'으로 불린다.

첫 근무 부서인 삼성물산 수입관리과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동남아 본사 경영지원팀을 거치는 등 해외영업을 꾸준히 담당했다. 카자흐스탄, 멕시코, 호주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플랜트 수출에 기여하는 등 굵직한 성과도 냈다.

김 사장은 2012년 2월 삼성화재 대표를 맡으면서 금융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삼성물산 재직 당시 터득한 해외 영업 노하우를 삼성화재에 전파, 삼성화재가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맨이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에 직접 응시하기도 했다. 영업 현장을 이해하고 현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그는 "임직원 가운데 한명으로서 컨설턴트의 눈으로 현장을 바라보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다"고 밝히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신용과 의리' 차남규 사장

차 사장은 2002년 한화생명(전 대한생명)을 한화그룹이 인수할 당시 지원총괄 전무를 맡으며, 한화생명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 동안 제조업에 오래 몸 담고 있었던 차 사장이 금융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다.

차 사장은 1974년 한화기계를 시작으로 한화그룹, 한화정보통신, 한화테크 등을 두루 거친 '한화맨'이다. 뒤늦게 그룹의 가족이 된 한화생명 직원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엿다. 

그는 '찾아가는 사랑카페'를 통해 설계사(FP)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음료를 나눠주고, FP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차 사장은 한 잔 한 잔의 음료를 직접 건내 줄 때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내며 FP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후문이다.

차 사장은 평소 '현장과의 소통에 답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마인드는 거래 은행을 담당했던 한화기계 재직 시절부터 나타난다. 그는 당시 창구 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기 위해 주머니에 늘 두둑하게 동전을 채우고 다니던 우직하고 근면한 청년이었다.

이 같은 작은 배려와 근면이 30년 이상 축적돼 '뚝심있는' CEO가 됐고, 자산 100조원이라는 기념비까지 달성했다.

한화생명 직원들은 차 사장에 대해 "그의 뚝심은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꼼꼼함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뚝심이다"고 설명했다.

◆ '비전문' 꼬리표 떼기 과제

두 CEO가 금융권에서 두둑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형적인 금융맨 출신과 달리 이들의 작은 실수는 '비전문이기 때문'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다.

김창수 사장은 지난 2013년 삼성화재 재직 당시 국내 손해보험사 최초로 중국에서 자동차보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폐쇄적이었던 중국시장에서 자동차보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인가를 받은 곳은 삼성화재뿐이었다.

삼성화재의 해외점포 순익 증가율을 크게 올리는 등 해외영업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보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금융판 삼성전자 만들기'라는 야심찬 목표를 지니고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취임 후에도 삼성생명의 중국 합작법인인 중항삼성은 적자를 이어갔다. 최대주주 자리를 중국은행으로 넘기는 등 해외 영업통 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태국 합작법인인 타이삼성도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차남규 사장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차 사장은 그룹 내 신뢰를 얻고 있는 CEO로 유명하지만 지난 2014년 긴축경영의 일환인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정작 본인이 휘둘러야 할 칼자루를 김연배 전 부회장에게 넘겨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그룹 내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김 전 부회장을 한화생명으로 불러들여 차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당시 차 사장을 필두로 움직였던 한화생명은 김 전 부회장 체제로 전환돼 내부에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EO들이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임기 동안 비금융 출신의 한계라는 오명은 남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본인의 노하우와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창수 사장 프로필>
▲1955년 대전 ▲충남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삼성물산 입사 ▲삼성물산 동남아 본사 주재 ▲삼성물산 인사담당 ▲에스원 특수사업기획실장 ▲삼성물산 기계플랜트 본부장(부사장) ▲삼성화재 사장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사장 프로필>
▲1954년 부산 ▲부산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한화기계 입사 ▲한화기계 해외사업부장 ▲한화그룹 비서실 경영지원팀장 ▲한화정보통신 성남공장장 ▲대한생명 지원총괄 전무 ▲한화테크엠 대표이사 ▲대한생명 보험영업총괄 부사장 ▲한화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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