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 간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과 이 논의에 착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 여부다.
우선 중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거들어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병행추진' 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은 물론 관련 당사국들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하며, 특히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선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본격 실천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중국이 평화협정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병행) 논의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있어야 하고 6자회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비핵화가 어떤 형태의 논의에도 포함돼야 한다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6자회담은 비핵화로 가는 과정이자 운반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만약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선후관계 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병행 추진'이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외교적 수사’일 수 있지만 이달 말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 채널 대화가 이뤄지면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미 정부의 이같은 기류 변화는 엄격하게 비핵화가 달성된 뒤에야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어서 우리 외교정책에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추진’을 위한 6자회담 또는 북미 대화 채널이 가동되면 결국 우리 정부는 또다시 ‘통미봉남’에 가로막혀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평화협정은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신뢰성 있고 설득력 있는 로드맵을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이지만 미·중이 출구전략 차원에서 동시에 평화협정을 부각시키면 언젠가는 대화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 정부는 효과가 제한적인 대북제재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 북, 미, 중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아울러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고 북한의 핵능력이 더욱 고도화되었을 때에 대비한 한국의 안보전략 수립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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