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이동찬 “옷 좀 잘 입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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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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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42)

우정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50년대 대한민국은 폐허였다. 일제수탈이 끝나자마자 전란까지 겪은 탓이다. 인간의 기본 생활조건인 의식주가 마땅치 않은 시절이었다. 조국의 참상과 마주한 우정(牛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의식주 관련 제조업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조국에서 국민의 삶을 보살피려면 무엇보다 의식주 관련 제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정은 아버지 오운(五雲) 이원만 창업주와 함께 의생활에 도움을 줄 직물사업을 선택했다. 우정은 생전에 당시를 회상하며 “헐벗은 우리 국민, 옷좀 잘입고 살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피폐한 조국경제를 일으키고 헐벗은 국민들이 따뜻한 옷을 입게 하는 일도 애국”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의 이런 꿈은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에 나일론을 소개하며 실현됐다.

우정은 한국 섬유산업 1세대로, 오운과 함께 국내 최초의 나일론 생산업체 한국나일론주식회사(현 코오롱)을 설립하며 코오롱 그룹을 키웠다. 그의 바람처럼, 코오롱의 나일론은 한겨울 동상과 동사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었다. 섬유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끌며 국민의 주린 배도 채워줬다.

코오롱의 섬유사업은 우리 여성의 삶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 우리 땅엔 제대로 된 옷감이 부족해 여성들은 바느질과 길쌈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우정은 “매일 밤 삯바느질로 나와 여동생을 키운 어머니의 고생을 떠올리며 나일론이 해결책이 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나일론이 대중화되며, 한국 여성들은 밤낮으로 헤진 옷을 꿰매고 다리던 수고에서 해방됐다.

우정은 섬유사업에서 한 획을 그은 뒤 1980년대에는 타이어코드, 필름, 메디컬 등 관련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1990년대에는 비섬유 사업 등을 비롯해 유통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그는 바람직한 노사문화 정착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산업계는 1980~1990년대 첨예한 노사갈등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내홍을 앓았다.

“기업은 내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활 터전이자 사회적 공기업”이라고 말했던 우정은 1980~1990년대 누구도 맡기를 꺼려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14년간 수행했다.

재임 당시 그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989년에는 경제5단체가 참여하는 경제단체협의회 창설을 주도했고, 1990년에는 노사와 공익대표가 참석하는 국민경제사회협의회를 발족시켰다. 1993년에는 한국노총과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냈다.

우정은 이런 공을 인정받아 기업인 최고의 명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해 체육훈장 백마장(이하 1982년)을, 이어 개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함께 체육훈장 청룡장(이하 1992년)을 수훈했다.

199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뒤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살맛나는 세상’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다양한 사회사업을 벌였다. 2001년에는 자신의 호를 딴 ‘우정 선행상’을 만들고, 선행·미담 사례를 발굴해 2014년 작고하기 전까지 직접 시상에 나서 수상자를 격려해 왔다.

기업가로서 “사업으로 나라에는 이익을, 후손에는 풍요로움을, 사원에겐 보람을 주고 싶다”고 말했던 우정. 그 꿈을 이뤄낸 우정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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