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마이너스 물가의 수렁에 빠진 유럽과 저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일본을 비롯, 지나치게 낮은 물가 때문에 경제가 위협받는 나라가 세계 곳곳에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국가는 스위스·이스라엘·태국·싱가포르·스페인 등 10개국, 0%대에 머무른 국가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27국에 달했다.
우리나라 역시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기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집계됐다. 사상 최저치로 이마저도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한다면 물가 상승률은 0.1% 수준에 그친다.
일본은 지난 1월 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 아래로 떨어뜨린 것은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유로존 역시 지난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며 9~10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현재 -0.3%인 예치금리를 -0.4%로 0.1%포인트 추가 인하할 전망이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를 내세워도 물가가 기대치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역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거세지는 저물가 압력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글로벌 물가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않다.
국제유가 약세가 계속되는 데다 중국발 디플레이션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설비 과잉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중심축을 투자에서 내수로 돌리는 경제구조 개혁에 나서자 중국 기업들이 염가 공세로 과잉설비와 재고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금리를 내리는 등 환율전쟁이 시작된 만큼 우리나라 역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최근의 환율전쟁 움직임이 '신(新) 금융전쟁'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로 들어왔다"라며 "다른 나라가 한 것처럼 QE(양적완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제로(0%) 가까이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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