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경선이 점차 복잡해 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이하 현지시간) 슈퍼화요일의 승리로 굳어지는 듯 했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1위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 샌더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샌더스는 지난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밀려 12곳 중에서 4곳밖에 승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제 민주당 경선의 관심은 샌더스가 언제 경선 포기를 선언하느냐에 쏠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5일 '포스트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3곳의 경선 지역에서 무려 2곳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투표에서도 흑백 유권자의 표심은 갈렸다.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인구의 비중이 높은 남부 루이지애나 주는 클린턴 전 장관은 무려 71%의 지지를 얻으며 압승했다. 그러나 백인 인구가 많은 캔자스와 네브래스카는 각각 68%와 57%의 높은 지지율로 샌더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샌더스는 슈퍼화요일에서도 당초 1곳만 이길 것이라고 예상됐던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버몬트 등 4곳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번 승리로 샌더스는 다시 한번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 크루즈, 커져가는 '반(反)트럼프' 바람에 힘 싣나
포스트 슈퍼 화요일의 결과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에 더 큰 파장을 몰고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슈퍼 화요일에 무려 7곳에서 승리를 하면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는 듯 했다.
그러나 5일 치러진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 상원의원은 경선지 4곳 중 2곳에서 승리를 하면서 다시 트럼프의 질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크루즈 의원은 캔자스에서 48%에 달하는 득표율로 2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친 트럼프를 제쳤고 동북부 메인 주에서도 46%의 득표율을 기록해 33%를 얻은 트럼프를 10%포인트 넘는 차이로 이겼다. 켄터키에서도 32%를 얻어 36%를 얻은 트럼프를 4%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루이지애나에서도 41%대 38%로 불과 3% 포인트 차로 2위를 차지했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 1일에도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그리고 알래스카 3곳에서 승리해 마르코 루비오를 제치고 '트럼프 대항마'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만약 크루즈 의원이 이번 승리의 여세를 몰아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승리하거나 선전한다면 앞으로의 공화당 경선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진다고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번 경선으로 트럼프는 378명, 크루즈는 295명이 대의원을 현재까지 확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5일 보도했다. 공화당은 20472명 중 1237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이같은 크루즈의 선전은 최근 불고 있는 공화당의 '반(反)트럼프' 바람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치게 극단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트럼프가 파죽지세로 경선에서 승리하자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지난 3일 유타 대학교에서 연설을 하면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으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힘을 실어주면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의 반격이 더욱 강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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