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퍼들이 시즌 초부터 ‘세계 최강’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들어 열린 미국LPGA투어 다섯 개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은 3승을 합작했다. 김효주(롯데)가 개막전에서 우승하더니 지난해 데뷔연도를 ‘무승’(無勝)으로 보낸 장하나(비씨카드)가 둘째 대회인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 물꼬를 튼데 이어 6일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2승째를 거뒀다.
특히 오는 8월에는 리우 올림픽이 열린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골프가 112년만에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한국선수들은 저마다 올림픽에 나가는 목표를 지니고 있고 올림픽에서 ‘태극 마크’를 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올해는 ‘올림픽 출전’ 이라는 변수로 인해 한국 선수들끼리 경쟁이 더 치열하다.
올림픽에는 한 국가에서 최대 네 명이 나간다. 오는 7월11일 기준 세계랭킹 ‘톱15’에 네 명 이상의 선수를 올린 국가는 올림픽 출전시드 네 개가 주어진다. 현재 랭킹 톱10에 여섯 명이 포진한 한국 여자골프는 이변이 없는 한 네 명을 보낸다.
7일 현재 주요 한국 선수들의 세계랭킹은 박인비(KB금융그룹)가 2위, 장하나 5위, 양희영(PNS) 6위, 김세영(미래에셋) 7위, 전인지(하이트진로) 8위, 유소연(하나금융그룹) 10위, 김효주(롯데) 12위다.
초점은 멀찍이 앞서가는 박인비를 제외하고 랭킹 5위 장하나와 12위 김효주의 간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장하나와 김효주의 랭킹 평점차는 1.14에 불과하다. 한 두 대회의 성적으로 랭킹이 뒤바뀔 수 있다. 올림픽 대표 선발 때까지 약 4개월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누가 태극 마크를 달지 알 수 없다. 실제 올해 연초만 해도 장하나는 13위였고, 유소연은 5위였다. 박인비는 “한국선수들은 7월초 랭킹에서 8위를 하고도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올림픽 변수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의욕을 돋우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끼리 경쟁이 과열되는 조짐도 엿보인다.
올해 장하나가 2승을 거두며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루키’ 전인지도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전인지는 올시즌 두 대회에 출전해 ‘공동 3위-단독 2위’의 성적을 냈다. 그 기세로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출전하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대회 직전 기권했다.
골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인지는 지난 1일 싱가포르 공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위에서 내려온 짐에 부딪쳤는데 그 짐의 주인이 장하나의 아버지라고 한다. 전인지는 결국 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장하나가 우승했다. 장하나는 특유의 ‘요란한’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의는 아니었을지언정 아버지 잘못으로 경쟁 선수가 기권까지 했는데 그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는다.
올림픽 골프는 개인전만 치른다. 그렇지만, 태극 마크를 다는 네 명은 골프의 본분인 배려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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