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제작 ㈜영화사 수작·㈜모티브 랩·㈜디씨지플러스제공 배급 NEW)는 연쇄 살인마와 피해자,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의 쫓고 쫓기는 7일간의 기록을 담은 스릴러다.
아버지를 잃은 희주(심은경 분)는 자그마치 15년을 아버지를 죽인 연쇄 살인마 기범(김성오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왔다. 철학자들의 메시지를 메모해 새기고, 사건과 관련된 정보들로 방안을 채우며 잔혹하고 뼈아픈 복수의 그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희주의 복수는 예측하지 못한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기범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기범과 유사한 패턴으로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희주는 복수의 갈피를 잃고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누군가와 기범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가장 강렬한 추적 스릴러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가 허투루 느껴지지는 않는다. 괴물이 된 살인마 기범과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소녀 희주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스릴러를 완성했으니까.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 그리고 잔혹하고 슬픈 정서를 가진 복수극은 확실히 ‘강렬하다’는 평을 내놓을 수 있겠다.
거기에 ‘써니’, ‘수상한 그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심은경은 이번 작품으로 순진무구함과 잔혹함을 오가는 인물을 그려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희주의 속내와 의미심장한 모습들은 장면마다 배우의 고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고민의 흔적으로 점철된 이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명쾌한 답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내달리는 스토리나 긴장감 있는 전개는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이따금 발견되는 과한 설정은 영화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신의 생일에 죽음을 맞는 아버지나 피 칠갑을 한 아버지를 끌어안고 생일 파티를 하는 딸(그것도 고깔모자까지 썼다.) 등의 설정은 아쉬움을 넘어 불편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소재와 캐릭터 영상, 그리고 배우의 열연까지 충분히 강렬하다. 하지만 강렬함 뒤에 한마디씩 덧붙이는 사족들은 이 강렬함마저 지지부진하게 느껴지게 한다. 3월 10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