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티‘만 냈던 ‘티(Tea)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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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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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의 17층 기자실은 박용만 회장을 기다리는 수십명의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들이 몰린 이유는 최근 전격 단행된 두산그룹 승계 문제 때문이었다.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지난 2일 두산 이사회에서 회장직 용퇴를 선언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자의 맏손자인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천거했다.

대신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흑자전환)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회장도 그대로 수행한다.

대한상의 홍보실은 당초 경제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자리라고 공지했지만, 승계 문제와 관련해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20층 챔버라운지로 예정돼 있던 장소가 하루 전에 17층 기자실로 변경되기도 했다.

오후 2시에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기자실에 등장한 박 회장은 단, 7분 간의 발언과 두어 개의 질문만 받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두산그룹 승계 문제에 대해선 “국가적인 문제로 간담회를 마련한 만큼, 두산 관련은 얘기 안하는 게 도리 같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최소한 경제활성화법과 관련해서라도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길 바랬던 기자들은 허탈한 분위기였다.

앞서 박 회장이 입장하기 전, ‘티타임인데 왜 차(茶)는 안 주냐’는 한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는 “알아서 드셔야 한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박 회장이 앉은 자리에도 차는 보이지 않았고, 있었어도 마실 시간은 없어 보였다.

왜 티타임이라는 형식을 빌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티타임은 편하게 앉아서 서로 담소를 나눈 자리를 말한다.

최근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일종의 말장난 유머인 ‘아재 개그’가 유행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아저씨의 낮춤말’로 나와 있기도 한 아재는 아저씨의 경상도 방언으로 보통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경제활성화 입법과 관련한 그동안의 많은 노력을 평가 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늘 자리는 박 회장이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마련된 ‘티’만 냈던 ‘티(Tea)타임’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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