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몰린 이유는 최근 전격 단행된 두산그룹 승계 문제 때문이었다.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지난 2일 두산 이사회에서 회장직 용퇴를 선언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자의 맏손자인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천거했다.
대한상의 홍보실은 당초 경제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자리라고 공지했지만, 승계 문제와 관련해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20층 챔버라운지로 예정돼 있던 장소가 하루 전에 17층 기자실로 변경되기도 했다.
오후 2시에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기자실에 등장한 박 회장은 단, 7분 간의 발언과 두어 개의 질문만 받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두산그룹 승계 문제에 대해선 “국가적인 문제로 간담회를 마련한 만큼, 두산 관련은 얘기 안하는 게 도리 같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최소한 경제활성화법과 관련해서라도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길 바랬던 기자들은 허탈한 분위기였다.
앞서 박 회장이 입장하기 전, ‘티타임인데 왜 차(茶)는 안 주냐’는 한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는 “알아서 드셔야 한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박 회장이 앉은 자리에도 차는 보이지 않았고, 있었어도 마실 시간은 없어 보였다.
왜 티타임이라는 형식을 빌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티타임은 편하게 앉아서 서로 담소를 나눈 자리를 말한다.
최근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일종의 말장난 유머인 ‘아재 개그’가 유행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아저씨의 낮춤말’로 나와 있기도 한 아재는 아저씨의 경상도 방언으로 보통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경제활성화 입법과 관련한 그동안의 많은 노력을 평가 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늘 자리는 박 회장이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마련된 ‘티’만 냈던 ‘티(Tea)타임’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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