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향후 친환경차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전기차(EV) 부문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가올 글로벌 전기차 대전은 자동차시장의 전통 강자인 독일 3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전통의 자동차 업체는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전기차 시대, 테슬라와 르노-닛산 주도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 S’다. 2003년 만들어진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는 IT기기와 같은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판을 흔들고 있다. 경쟁 전기차들이 1회 충전에 200㎞ 수준인 것에 비해 모델 S는 460㎞로 2배 가량 더 갈 수 있다.
테슬라의 콘셉트는 실용적인 전기차가 아니라, 스포츠카와 견줄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다. 또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테슬라는 ‘모델 3’를 준비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델 3 가격은 3만5000달러(약 4200만원)선으로, 모델 S 저가형 트림보다 2만원 싸다. 미국에서 오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전통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일찍이 전기차에 미래를 걸었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닛산 리프는 지난해 전기차 중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렸다. 2010년 탄생한 6살의 리프는 지난해 4만3870대가 팔리며, 수년째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배터리 용량을 증대시켜 주행거리를 250㎞로 100% 늘린 리프를 출시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지난달 둥펑르노 중국공장 기공식에서 “리프의 중국 판매량이 한달에 불과 수백대에 불과하다”면서 “공격적인 판매증진을 위해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저가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르노-닛산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눈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커가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꽂혀있다. 중국은 자국내 생산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르노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테슬라도 향후 2년내 중국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비야디, 체리차, 지리차, 장안차 등 로컬 브랜드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테슬라 바짝 쫓는 독일 3사
내연기관 자동차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비중이 적은 전기차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투자를 늘리는 형국이다.
지난달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BMW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와 회동을 가진 후 전기차보급 활성화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정부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 3사 중에서는 전기차 브랜드 i를 보유한 BMW가 가장 앞서고 있다. BMW i3는 지난해 2만4083대가 팔려 순수 전기차로는 3위 기록이다. 특히 지난해 저유가로 인해 전기차 시장규모가 줄어든 미국시장에서 1만1024대를 판매하는 저력을 보였다.
BMW는 i브랜드를 향후 7시리즈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또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순수 전기차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렇다할 전기차 모델이 없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에 신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최근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기차 강화를 위해 독일 카멘츠에 5억4300만 달러(약 6500억원)를 들여 배터리공장을 지을 예정”이라며 “2018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4개로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4년 출시한 e-골프가 유럽시장과 미국시장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연구개발 조직내 전기차 부문을 신설했다. 오는 2019년까지 총 10억 유로(약 1조3200억원)를 전기차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GM,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 기타 업체
한국의 LG전자와 손을 잡은 GM은 1회 주행에 321㎞를 가는 볼트 전기차를 내년 출시한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볼트의 2세대 모델이다.
하이브리드의 강자인 도요타는 전기차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와 PHEV에 집중하고 있다. 또다른 친환경차인 수소차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다른 글로벌 업체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인 아이오닉과 니로를 출시해 하이브리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6월 전기차 모델로 출시될 아이오닉이 기존 쏘울EV의 선전을 뛰어넘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부문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쏘울EV는 2014년 5월 출시돼 올해 1월까지 누적 판매를 1만대를 기록한 모델이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지난해 3839대가 팔려 BMW i3(2271대)를 제치고 연간 판매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의 전기차 개발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밖에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사로잡았던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패러데이퓨처의 콘셉트 전기차 ‘FF제로01’은 정지에서 100㎞까지 3초, 최고속도 322㎞/h의 성능을 자랑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벤츠나 BMW 등 기존 자동차 회사는 수익성 문제로 전기차 생산을 급하게 늘리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은 중국 중심의 소형 전기차와 테슬라가 공급하는 고급 전기차 시장으로 양분화 돼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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